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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Jul 30. 2016

여행에서 사랑에 빠지기

나의 오랜 로망 중 하나는 바로 여행에서 사랑에 빠지기. 이건 순전히 영화 <비포선셋>, <비포선라이즈> 탓이리라.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온 도시의 분위기와 아우라가 사랑이 넘친다. 두오모 꼭대기에 서 있으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 올 것만 같다. 그때에 우린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우리의 감정말고는 모든 게 완벽했는데 말이다.


여행은 아니지만 상해로 긴 출장을 갔을 때에 넌 고작 몇일 본 나에게 감히 사랑한다고 말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네가 부인과는 관계가 소원하다느니 원래 헤어지려 했다느니 말도 안되는 말들을 쏟아낼 때에 나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이토록 가벼울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일본에 봉사를 갔다 너를 만났을 때 내게도 드디어 에단 호크가 나타났나 싶었다. 하지만 너는 많은 이유들로 주저했고 나도 그런 너를 향해 더 나아가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비행기를 혼자 타게 될 때면 옆자리에 앉을 너를 기다린다. 매일 그 바람이 배나온 아저씨, 애딸린 아줌마 혹은 살들이 나의 자리까지 침범할 것 같은 고도비만 탑승객으로 산산조각나지만 말이다. 줄리 델피처럼 섹시하게 불어를 할 줄 알아야되나. 영화찍기 어렵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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