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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ug 09. 2016

카풀의 추억

직장상사들과 카풀을 하고 다니는 나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봤다. 나는 교통비도 아끼고 2호선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니 그런 호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불편한 사람들과 어떻게 30분 남짓동안 좁은 공간에서 같이 있느냐고 했다. 


사실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외제차로 그것도 집 앞까지 데리러 와주셨으니 나야 땡큐였다. 이사님은 그저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고 차장님은 그냥 동네 친구 같았다. 두 분 다 같은 동네에 사시니 누구 한 명이 출장 가시더라도 나는 옵션이 하나 더 있었다. 1호차가 비 운행하면 2호차를 타면 되었다. 온 회사 사람들이 내가 학부형이셨던 1호차와 늦은 술자리 잦은 세일즈맨이었던 2호차랑 카풀해서 출근하는 것을 알았으므로 나의 몇 분 지각쯤은 그냥 눈감아 줬다. 


출근길 차 안에서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를 하고 오늘 하루 일정을 나눈다거나 신나는 음악을 듣다 보면 금방 회사에 도착했다. 이야기해보면 이사님도 차장님도 그냥 나처럼 이리저리 치이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고 친구 좋아하고 종종 일하기 싫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받기만 하는 염치없는 인간은 아니므로 가끔 나는 커피를 들고 서있는다거나 출근 운행차에 비치해놓을 음악 CD를 사다 놓기도 했다. 센스는 나의 힘!


불편不便한 마음은 남이 만드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생각하여 나로만 기울지 말고 너와 나 다 헤아릴 줄 안다면 우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불편不偏이 가능할 텐데...


운전면허를 딴 지는 십 년이 다 돼가지만 내가 직접 운전하고 다닌지는 2년이 조금 넘었다. 나도 한 시간 남짓 매일 운전을 하고 다닌다. 막히는 길이다 보니 여간 피로한 게 아니다. 그래서 그때 생각이 난다. 진짜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내가 그들이 그리운만큼 그들도 조금 발랄했던 탑승객을 그리워하고 계실까? 좋은 사람들과 아침을 시작하고 일할 수 있었던 편한 그때가 있어 서울살이가 외롭지 않았나 보다.


**불편不偏: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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