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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ug 10. 2016

이상하다

나는 가끔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니 자주 듣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누가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걸 가지고 싶냐기에 며칠 사라지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말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하긴 그 대답도 원래 그냥 사라지고 싶다고 말하려던 걸 '며칠'의 조건부를 붙였는데 말이다. 나는 그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가 궁금했던 것뿐이다. 


동생과 풍부한 경험을 주제로 이야기하다 "나도 많은 경험을 했지."하며 시체 본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녀는 까무러쳤다. 그녀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언니는 진짜 좀 특이해."라고 말했다.


한창 논술 입시를 준비할 때에는 그냥 배운 대로 정형화된 틀로 글을 쓰고 논리를 전개했는데 요즘 나의 글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보람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구글 면접에서 붙었을 때도 "구글 말고 다른 회사에서도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하기에 "따져보고 다른 데가 더 좋으면 거기에 가야죠."라고 했더니 붙었다. 뭔 자신감이었던지 그때 유행하던 파워퍼프 원피스에 볼드한 귀걸이까지 한 양아치 구직자였다. 사실 다른 데 이미 붙어서 그냥 사무실 구경이나 하고 오자 하고 가긴 했다. 까마득한 선배님이었던 면접자 중 한 분이 나중에 귀띔해주시기로 그 질문에 그렇게 대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니와 엄청 자신감 넘쳐 보여서 '얘 뭔가 있다.'라는 느낌을 확 받아 뽑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정말 난 가지 않았다. 그때 다른 데가 더 좋아 보였기에... 아 구글 갈걸...(후회막급. 원래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이 더 좋아 보이는 법.)


첫 회사에서 나는 확실히 이상한 신입사원이긴 했던 것 같다. 직장상사들이랑 카풀하고 다니질 않나 또래들이랑 안 놀고 죄다 과차장급 이상이랑 어울려 다녔다. 임원도 아닌데 지인을 두 명이나 회사에 꽂았다. 


남들이 A라고 생각할 때 나는 당연히 B라고 생각할 때도 많다. A가 모범답안인 걸 알면서도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겐 B가 정말 모범답안이다.   


'이상하다'를 사전에서 찾으면 3가지 사전적 정의가 나온다.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2.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
3.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다.


나를 어떤 의미에서 이상하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 2번이면 좋겠다. 다른 건 틀린 건 아니지 않은가. 아마 너무나도 평탄한 내 인생에 나까지 평범하면 쓸 거리가 너무도 없으니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드셨나 보다.  이상 시인만큼은 못되더라도 계속 이상한 글을 많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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