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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 cindyism Feb 02. 2020

해외인턴, 끝이 아닌 시작

인도 뉴델리로 떠나는 해외인턴생활


시간 참 빠르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2020년 미래 사회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2020년이 현실이 되었다. 이럴 때 보면 시간은 정말 냉정한 것 같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집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여행 후 한국에서의 생활은 거의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만족스럽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다는 것. 먹고 싶은 한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 여기서는 내가 필요한 것들은 모두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 정말 편하고 좋은 것들로 가득하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을 하면서도 여름 내내 나름의 꿀 같은 주말을 보냈고 9월의 추석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해외취업에 대한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국내 취업과 해외취업을 같이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2주 전, 해외인턴 최종 합격 메일을 받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저 끝에 나를 기다리는 무언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어두운 길을 홀로 걸어가는 기분. 외로웠고 불안했고 초조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무너지고 싶을 때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는 것, 주저앉고 싶을 때 주저앉지 않아야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끝이 아닌 시작이다. 오랜만에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움직인다는 것이 많이 설레면서도 기분이 이상하다. 여행을 하는 것과 일을 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싶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스스로 자부하고 있고 이 점이 분명히 내가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는 데 큰 힘이 될 것이고 그것이 내가 가진 경쟁력이라 믿는다.


취준 기간이 나를 힘들게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러 번의 서류를 준비하고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면서 느꼈다. ‘아, 나 이제 한국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부끄럽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나와 맞지 않다고 단정 지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한국의 모든 것이 답답하고 싫었다. 그냥 싫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한국에서도 잘 살 수 있다.


그리고 더 잘 살기 위해서,

내가 바라는 것을 찾아 더 행복하기 위해서 해외취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내가 근무하게 될 회사의 인턴쉽은 회사 자체에서도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할 일이 많다. 그만큼 인턴에게도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곳이고 내가 배우면서도 잘할 수 있게끔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했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서야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니 우선 가보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모든 것은 내가 직접 가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나와 회사,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 모두가 서로 잘 맞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이상적인 바람이지만 그래도 연말이니까 한번 바라보고 싶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고 그때마다 나를 위한 선택을 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곳에서 잘 살아남기를 바라며 잘 견디기를 바란다.


‪별 일이 없다면 나는 2주 뒤, 델리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이런 식으로 인도가 나를 다시 부를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가게 되었다. 남은 한국에서의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다.


안녕 2019, 그리고 안녕 2020.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내년에는 오늘보다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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