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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 cindyism Feb 02. 2020

첫 주

모든 것이 감사했던 일주일

한 주가 지났다. 그렇게나 길게 느껴졌던 하루가 벌써 5번이나 지났고 오늘로서 인도에서 보내는 7번째 밤이다. 웃으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의 순간에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다. 


누군가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농담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점심을 먹고 혼자 10루피짜리 짜이를 홀짝홀짝 마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인도에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감사한 한 주였다.


아주 오래전, 나 자신을 회사에 다닐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조직 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과 그건 남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그냥 넘기고 덮어버리는 사람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외의 작고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에 나는 일일이 상처를 받았었고 이후로 난 회사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조직 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에 연연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그때의 나는 너무 어리긴 했다.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떠올리면서 

지금의 내가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상황이 좀 바뀌었을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모든 인턴들이 그리고 신입사원들이 입사 초기의 생활에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 이번 주는 너무나도 힘든 한 주였다. 오랜만에 하는 문서작성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당연히 시간은 두 배 이상이 걸렸다. 하루 종일 모르는 것들을 붙잡고 있으려니 사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하나하나 차근히 완성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들을 한 번에 빨리 끝내야 하고 또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것들이 또 나에게 들이닥치는 상황이 너무나 버거웠다. 


잘하고 싶었던 욕심이 너무 과했던 걸까, 나는 욕심 그 이상의 ‘겁’을 먹어버렸다.

여기에 온 뒤로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이렇게 매일을 보내다가는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치고 싶지 않은데 지칠까 봐 무서웠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포기할까 봐 무서웠다. 이미 한 달 이상은 다닌 기분이 든다. 아는 게 없어서 공부하고 모르지만 일을 하고 모르지만 공부한다. 어제보다 단 한 발자국만 나가도 좋다. 느려도 좋으니까 언젠간 잘했으면 좋겠다. 내가 언젠간 잘했으면 좋겠다.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특히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한 주였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연습과 고민의 시간으로 앞으로의 인턴 기간을 보내고 싶다. 


언젠가 나에게도 여유가 생기는 날이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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