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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일지
내가 요리를 하다니,
나는 엄마가 된 지 24개월. 36살에 신부수업 중이다.
by
별경
Nov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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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직장생활 10년 중 서울상경 자취 5년 동안 배달음식과
햇반으로만 지내왔다.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있어도
지친 퇴근길엔
배달 앱과 함께였다
.
나 스스로 해본 요리라고는 볼 품 없는 계란후라이와
라면, 짜파게티뿐이었고 결혼과 임신 육아를
한방에 맞이한 나는 멘붕이었다.
아이가 신생아 때는 잠 못 자고 애 키운다고
각종
밀키트와 반찬가게로 연명했다. 냉동식품 매니아였던 나.
어느새 신생아가 두 돌이 되니 다양한 조리법으로
아이에게 세상의 맛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살 안찌는 아이를 보며 집밥을 안 먹여서 그런 건가
죄책감도 생겼다.
시중에 파는 유기농 유아 반찬은
비싼 반면 아이는 먹지 않고 뱉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소모적인 하루들이
사
라지다 엄마 된지
24개월 어느 날. 지루한 내 모습에 현타가 왔다.
앞으로 최소 20년은 더 해야 할 주부생활이라면,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며 이 슬럼프를
극복하고 싶었다.
나는
유기농 유아 반찬 사다 줘도 안 먹는 딸래미와
밖에서 사 먹는 반찬에 불만 많은 남편 덕분에
늦깎이 요리 공부
를
시작했다.
진간장, 국간장, 맛간장 차이도 모르고 올리고당, 물엿, 흑설탕은 어떻게 다른 용도로 쓰이는지조차 몰랐던 내가
요리를 벼락치기한 지 3주 만에 찔끔 씩 용기가 생긴다.
레몬청도 도전해 보고
약밥도 만들어보고,
메추리알 소고기 장조림. 멸치볶음. 진미채볶음.
무나물. 고사리나물. 우엉볶음. 강된장.
소시지야채볶음. 감자샐러드. 육개장. 시래기국.
시금치된장국. 새우두부전. 가자미구이. 콩장..
전기밥솥은 장에 넣어두고,
신혼 초 샀던 꼬꼬떼를 다시 꺼냈다.
어느새 습관처럼 쌀뜨물로 된장국을 끓이고,
다시마물을 만들어둔다.
시작은 의무반 오기반이었는데,
슬슬 이거 궁금하고 재미있네?
새삼 고마운 요리라는 것.
내가 직접 해보니 나에게 요리를 대접해 줬던
이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어떤 마음으로 집밥을 해먹이고 싶었는지
'그게 그득~한 사랑이구나'를 알게 되었고
엄마, 할머니, 시어머니, 내친구 찐 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난 평생 햇반과
밀키트로 살았을 텐데 나도 사랑을 담아 요리를
할 수 있는 제대로
건강한 삶을 살아갈 힘
을 준
사랑하는 딸 소람이에게 고맙다.
우리 가족.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아.
이젠 나도 열심히 배워서 건강밥상 챙겨줄게요
.
모두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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