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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화, 패터슨

짐 자무쉬 감독의 한편의 시같은 영화, 패터슨 리뷰

by Cindy Yesol Lee

무엇보다 이 영화 한편이 완벽히 맞지는 않은 운율(조금씩 달라지는, 똑같지는 않은, 그러나 비슷한)을 가지고 있으며 평범한 일상에서의 아름다움과 정형화되지 않는 리듬을 좋아하는 패터슨이 쓴 시 그 자체로 느껴진다.
패터슨시에 사는 패터슨, 패터슨이 좋아하는 패터슨시의 시인 윌리엄스 카를로스 윌리엄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그리고 다시 월. 매일 반복되는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은 일상, 그리고 계속적으로 우연히 눈에 띄는 다양한 쌍둥이들, 로라가 디자인하는 반복적인 동그라미 패턴들. 매일 아침, 조금씩 다른 자세로 자고있는 그러나 항상 아름다운 로라.

흑백의 둥근 패턴으로 카튼, 옷, 케잌까지 디자인하는 로라

버스기사로 일하며 비밀스럽게 시를 쓰는 패터슨, 매일 자신의 창작욕구를 마음껏 발휘하고 새롭게 꿈꾸고 실천하며 사는 그의 아내 로라. 이 둘은 매우 상반되는 캐릭터인 부부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둘다 예술적인 기질이 있다. 예술가가 별거인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시로 쓰든 커튼에 문양을 그리든, 흑백의 조화를 이룬 컵케잌이든 컨츄리음악이든 어쨌든 표현한다. 패터슨이 매일같이 가는 바의 사장은 패터슨시의 유명인들 사진을 모아 벽에 붙여놓는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패터슨의 동료, 버스고객, 바의 다른 손님들 등 모든 등장인물은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시인과 시인이 아닌 사람과의 경계, 예술가와 예술가가 아닌 사람과의 경계, 더 나아가 바에 붙은 패터슨출신 유명인들과 패터슨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점심시간에 시를 쓰고 있는 버스기사 또는 시인인 버스기사

일상의 삶은 평범한 하루하루지만 한편의 시와 같다. 그리고 일상을 사는 개인은 버스기사이면서 시인이다. 어린 여학생이면서 시인이다. 주부이면서 예술가다. 학생이면서 아나키스트다. 짐 자무쉬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시는 시 자체를 느끼는 것이지 해석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나의 느낌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나의 직업이나 재산 등 사회적 위치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때론 텅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기도 하죠."
나의 삶을 하루하루 가치롭고 풍요롭게 가꾸어갈 욕망과 용기를 다시 한번 얻었다. 아름다운 영화는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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