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영화해설, 리뷰
감독이 정범식 감독이라는 광고를 보고 주저없이 선택한 영화, 곤지암. 정범식 감독의 대표작인 기담은 정말 고급스럽게 잘 만든 한국공포영화였다. 본지 하도 오래돼서 가물가물하지만 공포영화임에도 스토리 또한 괜찮았었다.
곤지암의 스토리는 사실 기담보다 약하다. 폐허가 된 오래된 정신병원에 유튜브 광고수익을 위해 조회수 100만을 목표로 유튜버와 그의 호러채널 시청자 중 몇명이 자원해 곤지암 원정대를 결성하여 모험을 떠난다. 여기까지는 청춘 다큐멘터리 느낌. 곧 어두워지고 모험의 끝은 참담했다. 스토리는 사실상 이게 끝이다.
이 영화를 잘만든 공포영화로 만든건 스토리가 아니다. 주목해야할 점은 영화 블레어위치의 페이크다큐 촬영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출연자들이 직접 촬영한 화면을 영화화면으로 보여주는 촬영기법인데 이는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주연배우들도 신인배우들로 이루어져있어 영화를 보다보면 실제 상황을 찍는 것처럼 착각하게된다. 심지어 배우들의 실명과 영화상의 역 이름을 같게 설정해놓았다.
그리고 두번째로, 인터넷 1인방송을 하는 BJ가 곤지암 탐험을 주도하며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재미이다. 관객들의 관음증을 자극시켜 궁금함을 계속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공포영화는 스토리라인이 단순해서 깜짝 놀래키는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런 생중계 방식은 긴장감과 흥미를 고조시켜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관객들이 영화에 재미를 느끼고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세번째로 공포영화의 거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스산한 공기, 극도의 긴장감 조성과 절묘한 타이밍으로 놀래키는 심령현상들. 심령현상 중 최고의 공포스러운 장면을 뽑아보자면 지현이 관같이 생긴 장에 팔을 넣었을 때, 공포에 질려 도망친 샬롯과 지현이 같은 자리를 돌다 지현이 빙의되어 얼굴이 클로즈업됐을 때, 다시 병원에 갇힌 샬롯이 시선을 돌릴때마다 괴이한 형상이 조금씩 다가오다 갑자기 빠르게 다가오는 장면. 이렇게 세 장면이 나에게는 가장 심박수를 높이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들이 사실 예상가능한 뻔한 설정인 면도 없지 않아 이게 과연 최선인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다시 떠올려도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공포영화를 봐서 즐거웠다. 한국공포영화는 재미있고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