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비기너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등 나오는 영화마다 비주얼과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인 배우, 멜라니 로랑. 배우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도 여러 작품을 만들었고, 좋은 평을 받은 영화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갤버스턴은 사실 실망스럽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영화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과한 감정 또는 아예 삭제된 감정
엘르 패닝은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과장된 연기와 유혹하는 듯한 몽롱한 목소리가 부담스럽고, 벤 포스터가 맡은 로이 역이 말이 많은 캐릭터는 아닐 것으로 생각되나 내면의 내러티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 소설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영화에서 온전히 구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험난한 인생을 사는 주인공들이 험난한 일을 함께 겪는 것을 별 설명 없이 보여주려면 내면 연기라도 설득력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어리둥절해지는 스토리
마지막에 티파니가 로이를 찾아오면서 가져온 사진 한 장에는 갤버스턴의 해변가에서 행복해 보이는 록키, 로이, 어린 티파니의 모습이 담겨있다. 굉장히 작위적인 장면이었다. 그 와중에 그런 사진은 누가 찍었으며록키와 로이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다가 갱단에 붙잡힌 갤버스턴에서의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그들에게 그 정도로 단란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있었는지 어리둥절했다.
록키는 왜 처음 본 아저씨, 로이를 그렇게 좋아하는가도 의문이다. 상처가 커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함부로 몸을 굴리는 록키가 로이는 의지하고, 믿고, 심지어 남자로서 좋아한다는 설정이 그렇게 상처 받은 애는 아무나 좋아하고 의지하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건지.. 좋아하게 되는 감정선이 너무 짧다.
로이가 전 여자 친구에게 갔다가 차이고 나서 갑자기 갤버스턴으로 돌아와 록키와 티파니를 진심으로 책임지려는 변화 또한 어리둥절.. 전 여자 친구에게 차이니까 대안으로 록키?
그래도 추천해본다
너무 비판만 했으나 누아르와 신파극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취향일 수도 있다. 불행을 겪고 좌절하다가 조금씩 희망을 가지려는 순간,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소녀의 이야기에서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소녀를 잊지 말고 더 이상 그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일까? 아니면 삶이 주는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일까? 그 의도를 알면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