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명망 있는 판사로, 고통받는 아동을 구하기 위해 집에서도 항상 사건 연구에 몰두하는 피오나. 그러나 정작 가정에서는 일에 몰두하느라 자녀가 없고, 남편과의 애정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부부생활에 소홀히 할 거면 바람을 피우겠다고 남편은 경고를 하고, 진짜 집을 나가버린다. 피오나는 당황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에 몰두하고, 동료 변호사와 음악 공연도 연습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피오나는 법정에서 굉장히 날카로워지고, 이때, 신앙으로 인해 헌혈 치료를 거부하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 애덤에 대한 재판을 맡게 된다. 감정에 날이 선 피오나는 법정에서 애덤의 부모의 진술을 듣고, 당사자인 애덤과 얘기해봐야겠다며 휴정하고, 병원을 향하는 돌발적인 행동을 감행한다.
법정을 통해 삶을 향해 묻는 질문들
한 사람, 또는 어느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법정. 그 법정의 최고의 결정권자인 판사 피오나는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 속에서 계속 판결을 이어가야 한다.
샴쌍둥이 두 명을 불완전하게 살리는 것보다는 건강한 한 명을 살려야 한다?, 아직 만 20세가 되지 않았지만 거의 성년인 소년이 종교의 자유에 따라, 자신의 신앙에 위배되는 치료는 거부해도 된다?
피오나는 밤새 연구하고 고민한 후, 법정에서 진중하게 진술을 들어보고 판결을 내린다. 치료를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소년, 애덤의 경우도 그랬다. 다만, 평소와 달리 애덤을 직접 찾아가 만나본 후,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피오나와 애덤에게 미친 영향은 어땠을까?
애덤은 자신에게 두 번째 삶을 준, 피오나에게 필사적으로 접근하며 자신이 받은 삶에 대해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만 피오나는 판사일 뿐, 애덤의 부모도, 창조주도 아니다. 피오나는 아직 어리고, 앞날이 창창한 청년 애덤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지키며 살길 바랠 뿐이다.
그러나 혼란스러움 속에서 애덤은 재발한 병의 치료를 거부하며 스스로 죽음으로 가게 된다. 애덤이 피오나에게 쓴 편지에 "병이 재발하게 되겠죠. 저는 그냥 알아요. 그러면 저는.. 자유로워지겠죠."라고 쓰여있었다.
그의 죽음은 더 이상의 혼란도, 질문도 허용하지 않는 어떻게 보면 자유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피오나가 보기에는 아직 어리고 미숙한 소년의 극단적인 선택이 안타깝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소년에게는 소년이 맞고, 피오나에게는 피오나가 맞다. 우리는 누군가가 판결을 해주고, 결정해주기를 바라지만 최고 결정권자는 자신밖에 없다.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삶의 법정에서는 판사가 없다. 피오나처럼 고민하고, 연구하고 조언을 구하면서 옳지만은 않은 결정을 최선을 다해서 할 수밖에.
각 인물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풀어내는 연기
피오나 역의 엠마 톰슨은 판사로서 일에 집중하는 열의, 남편과의 갈등으로 인한 마음의 타격, 애덤과의 관계에서의 애정과 연민, 동요의 감정을 보여준다. 위엄 있고 간결하지만 속 깊은 따뜻함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피오나의 남편, 잭 역의 스탠리 투치 또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내와의 사랑을 지키고 싶어 하는 남편의 방황과 회귀가 설득력 있게 보였다.
애덤 역의 핀 화이트헤드는 신앙에 대한 맹신, 사춘기의 치기 어린 허세, 치료 후, 얻게 된 삶에 대한 질문들로 혼란스러워하는 어리고 어리석은 그러나 영특하고 순수한 청년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내면의 수많은 질문들과 망설임, 갈등을 고요하면서도 치열하게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칠드런 액트 평점 : 답하는 이 없는 수많은 질문들 속에 침전하여 사색해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