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2006)
이래야만 가족이라는 '정상가족'의 이데올로기를 탈피할 때, 가족은 규범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선언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된다. 우리도 가족이라는 선언. 그러나 그 선언이 반드시 언어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함께 밟아온 서사가 당신과 내가 가족임을 침묵 속에 긍정할 수도 있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가족을 만드는 것은 어떤 조건이나 언어가 아닌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영화의 설정을 얼핏 보면 막장드라마가 떠오른다. 인물 간의 관계만 봐도 영화 속 캐릭터들은 서로를 증오하면 증오했지 함께할 이유는 전혀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이 함께 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엄청난 인격의 소유자라거나 대단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다. 순간순간의 작은 감정과 작은 호의가 쌓여 함께하는 이야기들이 쌓인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 점철된 시간들이 마침내 그들이 과거에 어떤 사이였는지가 아니라 지금을 바라보도록 허락할 때, 마침내 가족이 탄생하는 것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특수한 가족 탄생 서사가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 탄생 서사의 개별성이 지니는 보편성이다.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 가족도 가족이라며 단순히 가족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한 가족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이 정도의 복잡한 서사의 축적이 필요하며, 그 복잡한 서사를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누군가의 가족에 대하여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가족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복잡한 과정을 고찰하고 보여주는 것이 가족 문제에 있어 영화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에 대한 아주 좋은 결과물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