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 그리고 고담시
조커(Joker)는 DC 유니버스의 가장 대표적인 악당 중 하나로 고담(Gotham)의 악의 큰 축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배트맨’ 시리즈로 꼽는 ‘다크나이트’ 역시 선이 굵은 히스 레저(Heath Ledger)가 연기한 조커가 없었다면 그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떠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조커의 명대사인 “네가 나를 완성한다”(You complete me)는 대사처럼 배트맨과 조커는 히어로와 악당으로 서로를 존재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DC유니버스 사상 첫 빌런 영화의 주인공으로 조커가 꼽힌 것이 아닐까 한다. 히어로물이 범람하는 요즈음 마블 유니버스에 대항하는 DC의 생존전략으로 ‘DC 다크 유니버스’를 제안한 감독 토드 필립스(Todd Phillips)는 조커의 탄생을 어둡고 예술적인 영화로 만들어내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 상을 타게 된다. ‘행오버’(The Hang Over)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해 처음 어두운 예술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불신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는데 그런 의혹들을 뒤로 하고 화려하게 그의 역량을 펼쳐낸 셈이다.
주인공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는 아역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어릴 적 형인 리버 피닉스(River Phoenix)와 함께 활동을 하다가 형이 먼저 요절하고, 그 후 매스미디어가 그들을 다루는 방식에 염증을 느껴 할리우드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돌아와 2000년 ‘글래디에이터’(Gladiator)에서 콤모두스 역을 맡는 등 다양한 수작들에 두루 출연하게 되고, 그러다가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는 ‘조커’(Joker)를 만나 인지도의 절정을 찍게 된다. 감독과 주연배우의 합이 굉장히 좋은 영화로 꼽힌 이유 중 하나가 감독 못지않게 다양한 영화에 대한 의견 제시를 한 배우 때문인데, 명장면으로 꼽히는 다양한 장면들 중에 애드립이 많아 화재가 되기도 했다.
고담시는 사실 많이 들어는 보았지만 그 어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고돔과 소모라같은 막장인 도시이기 때문에 그 지명이 어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사실 고돔은 미국 개척 초기에 뉴욕시에 자리 잡았던 미국 작가 중 하나인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이 뉴욕에 대한 애정을 담아 지어준 별명 중 하나이다. 어빙이 뉴욕의 잘나가는 젊은이들과 함께 만든 잡지 살마군디(Salmagundi)의 1807년 11월 11일에 발행된 17호에서 앵글로색슨족의 언어로 염소의 도시(Goat's Town)라는 의미를 가진 고담을 뉴욕의 별칭으로 선사한다.
그래서 최근 2019년 5월경 뉴욕에서 공원의 잡초를 정리하는 프로젝트로 인근 농장의 은퇴한 염소들을 초빙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는데 그 프로젝트의 이름이 'Goatham City'이기도 하다( https://gothamist.com/arts-entertainment/goatham-city-a-herd-of-goats-will-munch-on-riverside-park-all-summer ). 바보들의 도시라는 뜻도 있으나, 그 사실에 명확한 근거를 찾지는 못했다. 어쨌든 서구 문화권에서 염소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기는 하다. 어리석고 고집이 세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 염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기독교 문화의 영향이 크다.
사실 이 어빙이란 사람이 미국 문화에 끼친 영향이 지대한데, 현대의 미국 뉴욕이 가진 이미지의 큰 부분을 어빙과 그의 친구들이 조성한다. 간략한 예로 현재의 크리스마스 이미지의 대표주자 격인 성 니콜라스가 빨간 산타의 전형적인 복장을 하고 날아다니는 썰매에 타서 나무 위를 날아가는 모습도 그가 처음 미국에 들여온 것이다.
그렇게 실제 미국 뉴욕 시 근처에 실제 뉴욕을 일부 옮겨온 것 같은 가상의 지역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DC 유니버스 안에서의 고담시이다. 배트맨 시리즈의 작가인 빌 핑거(Bill Finger)가 뉴욕시의 전화부를 보다가 ‘고담 보석점’(Gotham Jewelers)의 이름을 보고 따왔다고 한다. 영국에 실제 고담을 지명으로 하는 도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 보다는 뉴욕이 훨씬 자주 DC의 고담과 연결되는 까닭이 그것이다. 사실 작품 내의 문화역시도 영국 문화라고 하기는 힘든 면이 많다. 1930~40년대의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배트맨 시리즈의 초반에는 아예 고담시라는 지명이 아닌 뉴욕시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며 천천히 독립적인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삽입된 고담시의 지도는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namu.wiki/w/%EA%B3%A0%EB%8B%B4(DC%20%EC%BD%94%EB%AF%B9%EC%8A%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