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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Feb 14. 2018

Cinédyllique씨네딜릭; 시작하며

브런치Brunch.

2018년 2월.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블로그 서비스들을 전전하다가도 다른 일이 바빠지면 항상 미루고 미루다 결국 글쓰기를 포기하는 순간들이 매년 있었는데, 작가 등록이 별도로 필요한 브런치라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고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다시 한 번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영화를 좋아합니다. 영화를 본 뒤에는 항상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걸 좋아합니다. 헌데 개인적으로 끄적여 둔 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나중에는 찾기조차 힘들어지는 걸 느끼면서, 언젠가는 내 생각을 정리해서 한데 모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블로그를 만들어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도 여기서부터 출발한 게 아닐까요.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게 2011년부터였으니 영화에 푹 빠져 산지도 어느덧 8년차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영화들을 보았고, 좋은 영화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보고 싶은 영화들도, 다시 한 번 보아야 할 영화들도 산더미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브런치는 지극히 저를 위한 영화기록장이 될 수도 있겠네요.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

이 글에 실려 있는 이미지는, 많은 분들이 짐작하시듯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1988년작 '시네마천국'의 이미지입니다.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영화들을 꼽으라면 많은 작품들을 열거해볼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 이라는 화두를 떠올려보았을 때, 결국 그 끝은 '시네마천국'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네마천국'은 그 겉모습이 유쾌하고 뭉클한 드라마지만, 사실 그 이면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영화라는 예술 그 자체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깊게 배어 있는 메타영화이기도 하니까요.


영화. 과거 필름 시대의 영화들은 셀룰로이드 필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이 셀룰로이드 필름 속에 이야기라는 숨결을 불어넣는 순간, 그저 셀룰로이드 덩어리에 불과했던 필름 조각들은 한데 모여서 영화가 됩니다. 조금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꿈이 영화의 삶을 낳았다고나 할까요. '시네마천국'이 훌륭한, 그리고 저에게 각별한 이유는, (영사기 속 필름이 상영되는 순간) 영화에 삶이라는 자질을 부여하는 인간의 꿈을 황홀하게 그려낸 걸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셀룰로이드 필름은 불에 타기 쉽다는 단점 때문에 아세테이트 필름으로, 그리고 오늘날에는 디지털로까지 대체되었습니다. (사실 '시네마천국'에서 토토와 알프레도가 추억을 나누었던 극장이 불에 타버린 것도 필름이 셀룰로이드였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셀룰로이드 필름이 주는 그 특유의 느낌은 아마 영원히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시네마천국'에서 어느덧 중년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느꼈듯이, 세상에는 그렇게 잊혀져서는 안 될 영화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씨네딜릭Cinédyllique.

이 브런치의 이름인 씨네딜릭은, 프랑스어로 '영화'를 뜻하는 cinéma [sinema] 와 '이상적인'을 뜻하는 idyllique [idilik] 을 합쳐서 만든 말입니다. 꿈보다 해몽 같기는 하지만, '영화의 천국'이라는 표현과도 어느정도 맞닿아 있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씨네딜릭에는 어디까지나 영화에 대한 글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극장 개봉작들에 대한 짧은 리뷰와 별점,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별히 좋았던 영화들에 대한 긴 리뷰를 올립니다. 물론 기획전이나 영화제 등에서 본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도 올립니다. 비정기적으로나마, 개인적인 베스트 순위 혹은 감독/작가/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올라올 수 있겠네요.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영화는 향유되고 기억될 수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 공간은 제가 저만의 방법으로 영화를 이야기나누기 위해서 만든 곳입니다. 씨네딜릭은 그래서, 영화에 대한 모든 생각들이 담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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