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논문이 잘되지 않았고, 연애도 망해가고 있었다. 나는 신점을 보러 가서 무당에게 물었다.
“제가 앞으로 뭘 하면 좋을까요?”
무당이 말했다.
“(한숨을 쉬며) 그걸 어떻게 내가 알겠니. 몇 개를 정해서 말해주면 어떨지 얘기해 줄게요”
나는 생각하고 있던 선택지들을 꺼내 놓았다. 해외에 박사 유학을 가는 것, 국내에서 연구원이 되는 것, 적당히 일반 직장에 취직하는 것. 그랬더니 무당이 뭐라 얘기를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사실 내 마음은 다른 데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더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무당이 날 언짢게 쳐다봤지만 나는 짐짓 모른 척 시선을 피하며 말을 꺼냈다.
“제가... 영화를... 하면 어떨까요?”
“영화? 그렇게 말라 가지고 영화를 어떻게 해. 힘이 없어서. 어휴, 일단 한 번 봐볼게요.”
무당은 눈을 감더니 잠시 후에 말했다.
“신나.”
“네?”
“영화를 하면 본인이 너무 신나. 막 흥분되고 즐겁고, 행복해.”
“아......”
“나쁘지 않네. 근데 살 좀 더 찌워야겠어.”
내가 영화를 처음 찍은 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8년 여름이었다. 그렇다, 여름. 여름엔 항상 재밌는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5년 반 동안 다니던 회사를 막 그만둔 참이었고 합격했던 대학원은 조교를 하기로 했던 교수의 태도가 영 불길해 등록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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