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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피에 Jan 11. 2022

[Netflix]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육각형 스낵 리뷰

넷플릭스 무비 찍먹

['넷플릭스 무비 찍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시리즈 작품들을 '육각형 분석표'와 함께 다각적으로 살피는 리뷰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2021 (드라마/로맨스)

1995년, 사토와 카오리의 아지트였던 테마모텔

작품 줄거리

방송 그래픽 외주회사에 다니는 46세의 사토(미라이 모리야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중년인 사토는 그저 그렇게 살고있다. 결별한 여자 친구가 짐을 가지러 들렀다가 결혼할 생각은 있냐며 묻자, 사토는 대답하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쩌다가 이지경으로 나이를 먹어버린 것일까. 딱히 어떤 답을 내리지 못하던 사토는, 우연히 페이스북 친구 추천에 뜬 첫사랑 카오리(이토 사이리)의 사진을 보게 된다. 20년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 결혼도 하고 엄마가 되어버린 카오리를 보며 사토는 씁쓸하게 과거를 떠올리고, 각각의 시간 속에서 열렬히 사랑하고 살아가는 자신을 기억해본다.


작품 소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2021년 11월 5일에 공개된 일본 작품입니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으며, 2005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2016년 '분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미라이 모리야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평범한 주인공의 청춘, 꿈, 사랑,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이야기의 진행이 시간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1999년도 작품 '박하사탕'처럼 현재의 시점에서 점점 더 먼 과거의 회상이 이어지는 진행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육각형 영화 리뷰

1. 소재(특별함) [6점]

영화에서 다루는 주된 소재는 '청춘', '성장', '사랑', '꿈' 정도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2020년, 46세인 회사원 사토는 집으로 돌아오던 골목길 삼거리에서 1999년에 헤어진 첫사랑 카오리를 떠올립니다.


그때부터 회상은 시작되어 2015년, 2011년, 2008년, 2000년을지나 카오리를 처음 만났던 1995년으로 향합니다. 도쿄 대지진, 밀레니엄, 월드컵, 낙뢰 등 특별한 사건과 함께 기억들이 펼쳐지기도 하고 몇몇 기억들은 더 세세하고 생생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루고 있는 소재가 아주 특별하진 않지만, 어른이라면 누구나 가져봤을 고민과 추억을 다루고 있습니다.


2. 등장인물(매력) [8점]

등장인물의 경우, 각 시간대에서만 본다면 그다매력적지 못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진 독특한 구성으로 인해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20년의 시간 동안  변화가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굳건히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입체적인 측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오랜만에 만난 나나세와 '쓰레기 찬가'를 곱씹는 사토

3. 배우(연기) [8점]

주인공인 사토는 40대, 30대, 20대의 여러 나이로 등장합니다. 미라이 모리야마는 다양한 나이의 사토를 섬세하게 연기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각 연령대의 사람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사토라는 인물이 살아온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듯 합니다.  내성적인 성격, 소극적인 욕망, 미지근한 다정함 등을 각 나이대에 걸맞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4. 장면 전환(리듬/템포) [8점]

이 영화에서 전반부와 후반부는 속도감이 다니다. 전반부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절의 기억이 등장하고, 다양한 등장인물과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가벼운 만남, 이뤄지지 못한 인연, 스스로에 대한 의문 회의가 더 빈번하고 빠르게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마치 사토가 나이를 먹을 수록 기대를 줄이고, 쉽게 포기하며, 빠르게 잊어버리는 모습을 은유하는것 같습니다.


1999년 12월 31일 이별의 기억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첫사랑인 카오리와의 추억이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서서히 속도가 줄어듭니다. 사토와 카오리의 만남, 경험, 사랑이 천천히 보여집니다. 재밌는 부분은 1996년으로 들어갈때 부터는 영화의 화면비율이 4:3으로 줄어들어 당시의 시대적 감성이 짙어지고, 둘의 대화나 표정에 대한 몰입감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빠진 두사람의 시야각(?)같기도 합니다. 


*2000년 장면의 술집에서는 오자키 유타카의 'I LOVE YOU'가 흘러나옵니다. 한국에서 포지션이 동명의 제목으로 노래를 리메이크했습니다. 또한 박화요비의 노래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의 원곡 'あなたの キス を数えましょう'도 코나와 유키의 원곡으로 흘러나옵니다. 

2000년, 이별 직후 썸타던 수와의 키스

5. 장면 연출(비주얼) [8점]

영화는 일본 도쿄의 1995년에서 2020년까지 25년에 가까운 세월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시대의 분위기와 배경을 어설프지 않게 표현하는 것은 중요했습니다. 저는 한국인이다 보니 도쿄의 각 시대적 풍경이 잘 묘사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감안하고 보더라도 미술적인 표현이 굉장히 꼼꼼해 보였기에 적절해 보였습니다. 옥외광고, 컴퓨터, 전화기, 방송, 패션, 간판, 삐삐 등 다양한 소품과 미술이 장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시대적 특징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6. 이야기(스토리텔링) [9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작품의 서사구조는 일반적인 시간적 흐름인 [A->B->C->D]의 순행적 구성이 아닙니다. [D-(C->D)-(B->C)-(A->B)-D]와 같이 역순행적인 구성이며, 동시에 액자식 구성으로 보여집니다. 예를들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같은 진행 방식이며, 과하게 비교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와 비슷합니다. 만약 이 이야기를 [A-B-C-D]의 서사로 진행했다면, 영화가 가진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을것입니다.  


장면에서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은 관객에게 이해되기도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 시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차례에 진행될 '더 먼' 과거의 장면에서 얻은 정보로 인해서 의미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화는 이러한 장치를 통해서 많은 의미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카오리와 사토가 행복했던 시절

갈무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마치 '결론'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그 근거를 찾으려 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저만의 근거를 찾을 수 있었고, 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답을 찾아보실 분들은, '추천하는 유형'으로 건너뛰어주세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의 뜻은 아마, 어느 날 갑자기 뚝딱하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 어린 시절의 나와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때의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변화시켜왔고 영향을 주었으며, 무엇인가를 선택하거나 피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현재의 나는 뚝딱하고 만들어진 어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빈번히 스스로에게 왜 괜찮은 어른이 아닌지를 따지고 비난하곤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영화는 위로를 건내는 것 같습니다.


어른은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뚝딱하고 되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그 누구도 그런식으로는 어른이 될 수 없다고,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 이미 되어버린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최선이었다고 말입니다.  



추천하는 유형

- 일본 영화 특유의 정서를 좋아하시는 분, 평범하지 않은 진행을 좋아하시는 분, 방황하는 어른.


비추천하는 유형

- 복잡한 게 딱 질색이신 분, 잔잔한 것보다는 활동적인 게 좋은 분, 스트레스받은 현대인.




한줄평
어른이란 건, 그저 나이 먹은 어린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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