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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Feb 03. 2019

1월의 무성의한 일기장.

내가 보고 들은 것들...

1. 잔나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3pcUh7uFLkg

2. Thom Yorke - Bloom (Live from Electric Lady Studios)

https://www.youtube.com/watch?v=EdmL835q9To&t=0s&index=2&list=LLwEhUDkwJqtJVY0CTJd2ljA


3. françoise hardy-voilà

https://www.youtube.com/watch?v=GuRQl4rAajs




1. <가벼운 나날> 제임스 살터.


나는 결혼생활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인물들이 결혼생활 안에서 겪는 감정, 생각의 변화에 대해 작가의 묘사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읽으면서 ‘이 때는 이랬구나...’싶으면서도 놀랬던 점은 1950-60년대 사람들의 나이에 대한 인식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대략 20년은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소설 속 주인공들은 40대에 이미 지금의 60대가 느낄법한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것 같았다. 지금의 내 나이를 대입하면 나는 이미 인생의 빛나는 순간들은 지나온 나이여서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내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읽으면서 줄곧 아름다운 네드라의 모습을 상상했다. 만약 영화화 한다면 어느 배우가 어울릴까? 음... 아직 모르겠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파리 rue champollion를 무대로 너와 내가 유일한 배우이자 관객이었던 공연도.

너 이전에도 너 이후에도 겪은 적 없는, 오직 너였기에 가능했던 시간,

그토록 강렬했던 기억도 희미해지고 결국 사라지겠지?

서로가 유일했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또 다른 떨림이와도

모두

가볍게 지나가겠지.”

                                                                                                                                              -1월의 일기 중


2. <불안의 책> 혹은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페소아가 꽤 인기다. 평생 무명으로 살았던 작가. 대중에겐 무명이었지만 70여개의 이명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라니... 그의 글을 읽기도 전에 ‘페소아’라는 사람에게 흥미가 생겼다. 2015년에 <불안의 책>이라는 그의 책을 샀고, 읽다가 말았다. 한 20 페이지 읽었나?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보면서 읽어야 하는데 읽어야 하는데 속으로 노래만 부르다가 4년 만에 책을 펼치고 1월을 마무리하는 지금 절반가량 읽었다. 이 책은 어려운 글이 아니지만 한 장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운 책이다. 저절로 글이 내 마음에 와 닿으면 좋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수와르스라는 낮에는 회계사로 일하고 퇴근 후에는 글을 쓰는 남자를 상상하며 그의 일기를 읽는 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었다. 하지만 인생 전반에 대한 그의 사고(思考)가 내 생각의 흐름에 제동을 걸어서 책장이 넘어가질 않아 집중해서 한 시간 읽기가 힘들 정도다. 자신의 욕망 실현에 실패한 남자가 자기 위안을 위해 쓴 글로 읽힌다. 그 안에 내 모습이 보이고 안 그래도 무기력한 내가 더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 점점 읽기가 싫어진다. 자꾸만 문자 그대로만 읽히고, 글의 이면은 보이지도 않고, 굳이 보이지 않는 걸 억지로 찾아야 하나 싶고, 책을 읽고 있는데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그래도 끝까지 읽을 계획이다.


*혹시라도 이 책을 새로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학동네에서 나온 <불안의 책> 말고, 작가 배수아가 번역한 <불안의 서>를 구매하시길! 두 책의 번역이 상당히 다르다. 글의 뉘앙스는 물론이고 뜻 자체가 다르게 읽힐 만큼 다른데 원본을 읽는다해도 포르투갈어를 모르니 어느 글이 정확하다고는 못해도 <불안의 서>가 좀 더 시적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영화


1. <어톤먼트>

분수 앞에서 세실리아와 로비의 그 터질 듯한 긴장감. 제임스 맥어보이의 눈동자. 다시 그의 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리다. 그것이 이미지가 가진 힘이겠지. <속죄>의 문장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가 입었던 녹색 드레스, 카페에서 재회한 세실리아와 로비의 애절한 눈빛은 잊혀 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소설로 읽었을 때 더 충격적이고 강렬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다 착각하고 그 착각으로 인한 오류를 범하면서 살고 있을까? 그 오류가 브라이오니처럼 비극적인 결과를 몰고 오지는 않더라도 돌이켜보면 뜨악하는 순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2. <바틀로켓>

예전에, 그러니까 십 수 년 전, 길을 걷다 우연히 폐업하는 비디오가게에 들어가 웨스 앤더슨의 첫 영화를 발견한 것에 몹시 흥분해 비디오테입을 샀던 기억이 난다. <로열 테넌바움>을 보고 웨스 앤더슨의 ‘웨’만 들어도 귀를 쫑긋 할 때였으니... 그땐 이 영화를 ‘이도저도’ 아닌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내가 기억하는 것 보다 열 배는 재밌고 다섯 배는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오늘 우리가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특징들이 모두 이 영화에 들어있다. 광고나 TV 업계에서 일을 했던 사람도 아닌데 첫 영화부터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며 적당히(?) 독특한 캐릭터들도 친숙하다. 어느덧 정형화된 그의 스타일이 앞으로 어떻게 자기 복제와 변형의 균형을 맞춰나갈지 궁금하다.


3. <버드박스>

보고나면 왠지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보는 것을 미루다가 어느 기분이 꿀꿀했던 날, 기분이 나빠져 봤자 얼마나 나빠지겠어, 그러면서 봤는데 생각보다 불쾌지수가 높지 않았다. 아니, 전혀 없었다. 그렇게 무섭지도 않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공포와 <더 로드>의 절망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 하지만 <버드 박스>는 세계의 종말보다 노아의 방주에 가깝다.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본 ‘끝’은 공포와 절망이 아니었으며 살고자 몸부림치는 우리를 방해하는 ‘미친 자들’은 사악하다기보다 고약한 정도였다. 후반부 산드라 블록이 ‘소피의 선택’과 다름없는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보여준 행동이 희망을 꿈꾸게 했다.


4. <폭력의 역사>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팬은 아니다. 어렸을 때 본 <비디오드롬>은 악몽 그 자체였다.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도 영화 보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내 기억 속에 크로넨버그는 낯선 그의 이름만큼이나 괴이하고 독특한 감독이었다. <폭력의 역사>는 여러모로 내게 새로운 영화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주인공을 연기한 비고 모텐슨을 보고 이 남자가 <반지의 제왕> 아라곤이라고? 에이, 말도 안 돼. 이 영화를 보고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에게  반했다. 순수하고 천진한 얼굴이다가 한 순간 서늘한 기운을 내뿜고, 미소 속에 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눈빛. 그는 배우로서 정말 근사한 얼굴을 가졌다. 게다가 이 아저씨, 재주가 참 많다. 시를 쓰고 그림도 그리는데다가 7개 국어를 구사한단다. 좋겠다. 힝!


5. <아모레스 페로스>

거의 20년 만에 다시 본 영화는 여전히 강렬했고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눈빛 또한 아름다웠다.


6. <증인>

이런 영화는 좀 진부하더라도 보기 전과 후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잘 흘러가지만 보기전과 후가 1도 달라지지 않는다.


7. <폴라>

매즈 미켈슨 본다고 봤다. 이것저것 섞여 있었지만 꽤 재밌게 봤다. 그야말로 킬링 타임용.



넷플릭스


1. <너의 모든 것, YOU>

시즌2를 기다립니다!

이틀 동안 정신없이 봤다. 허점이 많은 이야기였지만 드라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펜 배즐리! 나 이사람 얼굴만 알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 보고 반했다. <가쉽걸>주인공이라는데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지도 않는다. 그 외 필모그래피 역시 매력적이지는 않아서 그의 전작들을 찾아보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앞으로 나오는 작품들은 아마도 챙겨보지 않을까 싶다.


2. <모던 패밀리>

시즌1부터 정주행. 두 번째 봐도 재밌다.


3. <빌어먹을 세상따위>

언제부터인가 십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줄어든 정도가 아니고 오히려 피하고 있다는 게 맞을 거다. 뭔가 기발함을 준다고 독특한 설정들은 넘쳐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 반복적인 고민, 비슷비슷한 캐릭터, 고만고만한 엔딩이 지겨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도 크게 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8개의 에피소드. 회당 20분의 러닝타임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짧은 이야기는 드물게 매력적이다. 허구이기에 가능한 과감성과 놀랍도록 솔직하고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스타일리쉬한 드라마를 보고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ost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4. <킹덤>

제작비가 빵빵해서 그런지 만듦새는 감탄스러웠지만 으아! 다음회! 빨리 빨리 할 만큼 몰입도 가 세지는 않았다. 시즌제로 간다니 시즌2에서 캐릭터도 이야기도 깊어지고 입체적이 된다면 웰메이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시즌2를 볼까? 싶다.


5. <바이킹스> 시즌1

<폴라>에서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이어서 찾아보니 그녀는 <바이킹스> 주인공이기도 했다. 마침 넷플릭스에 있어 보기 시작! 하룻밤에 시즌1을 끝냈다. 몰입도 최고! 만듦새도 좋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재미도 있지만 이 드라마의 전투 씬이 특히 마음에 든다. 피 칠갑을 하고 도끼로 사정없이 찍어 내리는데도 잔인하다거나 끔찍하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 육체적 강함이 어떤 매력을 주는지 알고 싶다면 <바이킹스>의 전투 씬을 보면 될 것이다.  



http://sema.seoul.go.kr/ex/exDetail?currentPage=1&glolangType=KOR&exGr=&museumCd=&targetDate=&searchDateType=SOON&exSearchPlace=&exNo=258185&startDate=&endDate=&searchPlace=&kwd=EXF01&kwdValue=

내가 사는 세상에 무심한 예술가는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이 서로의 영향 아래에 있지 않은가? 그때 그 시절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고민과 작업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무료 관람이 미안할 만큼 전시 내용이 알차다. 문 닫기 전에 또 한 번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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