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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Mar 01. 2019

2월의 무성의한 일기장.

내가 좋아했거나 좋아하지 않았던 것들.

1.

https://www.youtube.com/watch?v=tdpWmlScve8

serge gainsbourg의 "Je suis venu te dire que je m'en vais" 를 POOM이 커버한 곡

https://www.youtube.com/watch?v=8Mkh_yslOtA

검정치마의 뉴 쏭


adieu winter of 2018-2019

지독했던 여름의 뜨거움이 혹한을 가져 올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올 겨울은 미세먼지와 추위로 괴로울 것이라고. 아무리 답답하고 화장을 할 수 없더라도 KF90이상의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며, 수도가 얼어 터질지도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한다고. 뜨거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면서 나는 몇 달 후면 얼음장처럼 차가워질 자판-그 차가움이 어떠한 것인지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기에-을 떠올리며 무엇이 더 힘들까, 비교해보았다. 여름과 겨울. 끈적끈적 늘어지고 부풀어 오르는 열기가 빳빳하게 쪼그라드는 한기로 바뀌는 자연의 신비는 언젠가부터 다음을 걱정하게 하는 두려움이 되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매야 했으며, 겨울에는 난방을 키고도 충분히 따뜻하지 않아 이불을 뒤집어써야만 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무의미한 비교. 작년보다 더 추울 거라고 했던 이번 겨울을 나는 수월하게 지냈다. 왜냐하면 그리 춥지 않았으니까, 온수가 얼어서 이틀 동안 샤워를 못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손가락이 얼어서 자판을 못 두드리겠다 하지는 않았으니까. 


이번 주부터 날씨가 급격하게 따뜻해졌다. 봄이구나! 가는 겨울이 아쉬울 정도다. 그래, 나는 겨울을 좋아했었지! 난방비를 걱정하고, 습한 겨울을 몇 년 동안 겪으면서 내가 얼마나 겨울을 좋아하는지 잊고 살았다. 겨울을 이겨나기 위한 노력, 포근함이 주는 낭만과 설렘이 얼마나 좋은지!  2월이 지나간다. 겨울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이제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올 여름이 또 얼마나 더울 지 걱정을 하겠지. 


                                                     2019년 2월의 키워드들....

설/엄마 생일/인스타그램/윤한덕 센터장/5.18막말/공모전/칼 라거펠트/봄/북미정상회담/몬스테라 조화/트래비스 피멀


<빨강머리 앤 시즌1,2>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이 이야기가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어째서 나는10대 소녀-그것도 15세 이전의-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드라마는 굉장히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으며, 캐릭터들은 내가 기억하는 것 보다 100배는 생동감 있고 매력적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마를라와 매슈다. 이 놀라운 남매는 보통사람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용감한 사람들이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그들이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하며, 세속적인 유혹들이 찾아와도 결국엔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산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인 그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운다. 


20세기 초,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고, 흑인의 인권을 논한다는 것은 망상에서나 가능했을 시대. 이 드라마가 이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대부분은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몇몇은 진행형의 문제이며 불평등은 그것이 꼭 성과 인종이 아니더라도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기에 그에 대한 고민과 토론(제발 반목이 이해를 전제로 하는)은 언제나 의미가 있다. 그 시대에 나를 대입해본다. 20세기 여성과 흑인들이 처한, 지금은 상상도 못할 불합리한 상황들을 보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의 희생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용기 있는 자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는 자들. 당장의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할지라도 1919년과 2019년을 놓고 비교만 해 보더라도 그 행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에 대부분 무기력하고 염세적인 상태로 지내고 있는 내게 각성이 되는 시청이었다. 


앤이 어떤 어른으로 자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어떤 싸움들을 겪고 어떤 좌절들을 겪게 될까? 아마도 확신컨대 그녀는 용기 있고 당당하게 이겨낼 것이라는 거다. 시즌3이 어서 방영되길!


<브로드처치 시즌1,2>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모두가 모두를 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작은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11살 소년의 죽음을 수사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경찰과 언론, 그리고 그들이 전달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마을 사람들의 반응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에피소드 동안 이어지는 것을 원래는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범인인지 의심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개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그로 인해 무리수를 던지기 쉽고, 그래서 보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기획 의도가 분명하고 피해자 소년의 가족과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드라마(고통으로 인한 심리 변화와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차근차근 밀도 있게 그리고 있어서 상당히 재밌게 봤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엘리를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는 배우가 무엇인지, 연기란 어떠해야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영화 <더 페이버릿>에서 그녀의 연기는 충격적일 만큼 훌륭했다. 그녀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에 박수를 보낸다.


<러시아 인형처럼>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고, 총에 맞아 죽고, 차에 치어 죽고, 죽고 또 죽어도 자신의 생일 날, 매번 같은 순간에 다시 깨어나는, 타임 루프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 각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이 그리 길지 않아 부담 없이 보기에 좋다. 넷플릭스에서 20-30분 분량의 드라마(시트콤이 아니라)들을 꽤 많이 제작하고 있는데, 전 에피소드를 합치면 조금 긴 한 편의 영화 정도?의 분량이 된다. 영화만큼의 밀도와 드라마만큼의 디테일은 없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36살 주인공이 죽음을 되풀이하면서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타임루프 물인 만큼 반복되는 장면들이 많은데(처음엔 좀 과한 것 아닌가? 싶지만 끝까지 보면 꼭 필요한 장면들이다.) 반복과 변화, 보는 동안에는 매력적이지만 신박한 컨셉만큼 여운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바이킹스>

시즌4 9화까지 보고 잠시 휴식 중. 라그나를 연기한 트래비스 피멀의 눈알에 빠져서 잠시 멀리할 필요가 있어서...


<더 페이버릿>

간결하고 강렬하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특별할 것은 없지만(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미장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자세한 얘기는 리뷰로... 


<벨벳 버즈소>

지난 달, 예고편을 보고 꽤 기대가 컸던 영화. 충격적이고 불쾌한 감정을 기대했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여자 주인공 릴리의 캐릭터 말고는 컨셉도 스토리도 흥미로울 게 없으나 이동 중이거나 갑자기 시간이 떠버렸을 때 읽기 그만이다. 


<뱀과 물> 배수아

배수아의 글은(번역 제외) 처음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을 읽는 동안 마치 기괴한 꿈처럼 기승전결의 이야기가 아닌 시공간이 전복된 누군가의 꿈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생각난다.


<마르셀 뒤샹>

MMCA 전시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은 기존의 문법을 배우고서 그 문법을 파괴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문법을 만들어간다. 뒤샹 역시 만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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