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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Nov 05. 2020

10월의 무성의한 일기장

오!

https://www.youtube.com/watch?v=gxRq23qVE8A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몽글몽글 기분 좋음으로 가득 차오르는 대상들이 있다. 잘 정돈된 방이 그렇고, 매일 다른 모습의 하늘,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 또한 그러하며 수경재배 중인 자그마한 행운목의 밑기둥에서 나오는 뿌리, 기둥 옆으로 잎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는 것도 그렇다.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려는 식물의 의지는 조용하고 강렬하다. 최선이 무엇인지 나는 내 방에 있는 식물에게서 배운다.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은 그 주체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한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 인간의 방법, 그 진화를 공부하고 배우고 싶지는 않다. 자연의 원초적이고도 우아한 삶, 그 선명성, 지독한 반복 끝에 발견하는 놀라운 새로움을 내 삶 속으로 가져오고 싶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하는 무엇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있을까? 모든 것이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는 시대에 이 질문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누군가는 환경보호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또한 오염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일 고민 중이고, 누군가는 난민 보호를 위해, 누군가는 난민 추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으며 누군가는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밤낮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치고 있다.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너무도 많은 눈물과 고통이 있다. 때로 믿기 힘든 비극들을 한 줄의 글로, 한 장의 사진으로 목격하곤 망연자실 한다. 잠깐이다. 나는 나의 이 잠깐이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또 잊어버리는 내가 너무 싫다. 각성과 망각의 반복은 나를 허무주의자로 만든다. 영화를 통해 이미지와 소리가 만들어 낸 이야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나의 허영이었던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 예술이 없는 세상을 나는 살 수 있을까? 질문한다. 아니다. 예술이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예술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그 무엇도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나의 하찮은 재능도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연마할 것이고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또 있다. 바로 고양이의 눈이다. 고양이를 끌어안고 고양이의 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양이의 두 눈 역시 나를 응시하는데 나를 보는 고양이의 두 눈은 텅 비어있다. 그러면 나는 그 텅 빈 두 눈에 내 사랑을 담는다. 무한대로 커진 사랑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하하하! 소리 내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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