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Mrs Ahn.

할머니와 작별하기 2.

by cinejwk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은 할머니가 아닌 것 같았다. 할머니가 아닐뿐더러 사람이 아닌 무언가, 몹쓸 괴수가 할머니의 몸을 숙주 삼아 들어갔다가 적응하지 못해 고장이 난 것만 같았다.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다음 주에 퇴원을 하면 신장투석을 받으러 가자고,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었는데,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가벼운 발작 외에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의식은 있었지만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최상의 결과를 예상하고,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의식이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하신다고. 그러니 옆에서 할머니에게 말을 걸라고. 하지만 나는 할머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저 ‘할머니, 손녀 왔어요. 어쩌다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 할머니 많이 아파?’ 그런 말 밖엔 할 수가 없었다. 이따금 할머니는 정말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소리를 내었지만 가래 섞인 웅얼거림을 나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엄마와 이모가 교대로 할머니 곁을 지켰고, 며칠 후엔 외삼촌이 도착했다. 할머니의 형제들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인사를 건네기 위해 병실을 찾았다.

사흘째, 의사는 오늘 밤이 고비라고 했다. 할머니의 상태가 기적처럼 좋아질 일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였고, 할머니의 죽음을 각오했다. 그저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으시기를, 그녀의 평화로운 죽음을 기도했다.


할머니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불쾌감과 두려움을 퍼트릴 것 같아 일인실 병실을 찾았지만 의료원 전체 병실이 만실이라고, 혹시라도 일인실이 나오면 바로 알려주겠다 했다. 감사하게도 같은 병실을 쓰는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불쾌해하기보다 할머니와 우리 가족을 염려해 주었다.


할머니의 온몸이 부풀어 올랐고 부어오른 다리에서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바싹 마른입은 다물어지지 않은 채 침을 삼키지도 뱉어내지도 못하고 혀만 뻐끔거렸으며 미처 빼내지 못한 틀니에 상처를 입은 입 안은 검붉게 변해있었다. 소변줄에선 검붉은 피가 나왔는데 그 마저도 너무나 소량이었다. 할머니의 신장은 제 기능을 완전히 멈춘 것 같았다. 잠이라도 들면 다행일 텐데 할머니는 계속해서 눈을 뜨고 있었다. 잠에 들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잔인한 시간이 며칠 동안 지속되었고, 나는 신이 원망스러웠다. 몸 안의 장기들이 하나씩 파괴되고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기다리게 하려는 셈인지, 이보다 더 한 고문이 있을까 싶었다.


할머니가 산소호흡기를 단지 오일째 되는 날, 호흡기를 빼고, 투여 중인 수액과 영양제를 중단했다.

그리고 2025년 12월 16일 화요일 새벽 6시 18분.

할머니의 맥박이 멈추었다. 나는 그 시간에 의료원 주차장에 있었는데 엄마의 말에 따르면 편안하게 가셨다고 한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할머니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펐고, 할머니의 고통이 멈추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