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호기심

좋은 곳을 향한 디스커버리(Discovery)창업자 존 헨드릭스 이야기

by Rootin

과거와 미래와 세계에 대하여 얼마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바일 기기로 언제든 무엇이나 검색할 수 있는 무한한 환경에 비해 질문하고 호기심은 유한할 것이다. 긴 시간과 넓은 공간을 알아가는 데는 기술과 호기심을 분리해서 보았을 때 도움이 된다. 알 수 없는 현상과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 앞에서 인간은 역사와 과학과 문화를 통해 배우고 깨우치려고 애쓴다. 20세기 중반까지는 교육 기관에서 그 역할을 상당 비중 담당해왔다. 미국과 서구권을 중심으로 성장한 방송업과 미디어 산업은 정보와 지식 습득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 냈다. 시청자들이 잘 구성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은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 같이 목격하는 것과 같았다. 개인기기가 모두의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보편적인 교육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한 측면이 있다.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호기심을 주제로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고 조직한 디스커버리라는 미국의 케이블 방송 회사가 있었다.


새로운 기회의 속에서 여러 분야와 취향별로 케이블 방송국과 채널들이 등장하여 대규모의 시청자 모시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 가정에 TV 한 대씩은 기본으로 보급되어 있었고 뉴스, 영화, 스포츠는 주요 시청자들이 몰리는 채널이자 방송이었다. 이러한 흐름을 지켜보던 한 청년은 의문을 품었다. 왜 역사와 과학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육적 감성을 지닌 채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대학 수업을 듣고 관심 연구모임에 참석해서 미국 대중의 25퍼센트는 과학과 교양지식에 관심 있다는 결과를 들고서도 TV를 틀면 나오지 않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스스로 TV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과 궁금증을 직접 해결하기 원했던 지역 사업가는 세상에 없던 모델을 만들었다. 대학 시절 역사 수업을 많이 듣고 연구실에 일하며 자료실에서 만 찾을 수 있는 희귀한 영상들을 발견하며 영감을 얻었다.


디스커버리의 창업자인 존 헨드릭스는 처음부터 방송업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도 대중들은 뉴스나 엔터테인먼트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능력이 출중한 거대 기업 실무자들이 언제든지 관련 분야에 도전할 것이라는 불안도 느꼈다. 정말 초심자였기에 BBC에서 방영한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미국에서 방영하는 데 거쳐야 하는 저작권 문제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문제, 법적 책임문제, 투자자를 설득하는 문제 등 경험해보지 못한 사업을 처음 경험하는 신인이었다. 이 과정을 지나는 와중에 스스로를 설득시킨 확신은 누구나 발견과 탐구와 경이로움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기업의 정신이었다.


케이블 방송 시대에 출발한 기업에서 OTT 서비스가 즐비한 현재로 와서 살아남기까지 디스커버리의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콘텐츠와 브랜드에 있었다. 처음에는 방송업의 면모를 보였지만, 당시 기술의 최전선이었던 케이블 관련 분야를 활용했을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 창업자의 말이다. 하나의 상품으로 돈이나 투자의 논리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전이 있었다. 시청자들과 함께 세상을 탐험하고 그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도록 돕는 일이었다. 특히 2000년대부터는 제목부터 호기심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Mythbusters 호기심 해결사>, <Curiosity 호기심>과 같은 시리즈는 상상력을 유발하고 모든 연령층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 수 있는 기획이었다.


호기심 시리즈 외에도 BBC와 함께 제작한 <살아있는 지구>를 비롯해서 <아름다운 바다>, <라이프>, <지구, 얼어붙은 행성>등은 중요한 주제에 관해 자세하고 내밀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시리즈는 천문학적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는 계획이자 시도였다. 어떻게 보면 경쟁 관계에 위치한 회사들에 비해 무리한 결정이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자 목적인 것도 분명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사업의 지침에서도 통일되게 나타난다.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사업을 하기 위해 시간의 변화에 따라 기술 형식을 활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기술은 어차피 빨리 발전하는 측면도 있으나 그것을 예측해서 사업을 결정하는 건 더 위험한 요소가 많다. 처음에 케이블에서 장르와 메뉴를 선택하는 TV가 등장하고, 디지털 셋톱박스, 스트리밍, 온라인 플랫폼, OTT 서비스까지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늘 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기업이라는 미션은 기술과 독립하여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디스커버리가 케이블 시대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았듯이 새로운 시청각 서비스와 업종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신생 업체와 도전자들은 업데이트가 된 시청자들을 겨냥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속도를 얼마나 높이는 것도 최근에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그 목적과 방향성에서 강한 확신은 그에 앞서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디스커버리의 경우에는 첫 방송위성 관련 투자를 받을 때부터 많은 예산을 들여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만들 때까지 깨지 않은 약속이 있다. 시청자들의 발견과 탐색에 대한 욕구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유망한 미디어 사업자들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도전해왔다. 미국의 대표 뉴스 방송인 CNN의 전성기를 이끈 테드 터너가 결국 디스커버리를 인수합병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왜 CNN이 직접 하면 안 되고 디스커버리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한 것은 돈의 규모가 아닌 사람의 믿음이 있었다. 디스커버리에 투자한 사업가들은 CNN이 아닌 디스커버리의 독립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설득은 그렇게 실현이 되고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자 원동력이었다. 큰돈을 쥐고 있어도 숫자가 아닌 품위, 용기, 신뢰에 손을 들어주었다. 디스커버리라는 기업의 항해는 출항부터 여정까지 호기심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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