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하고 있다는 착각

문화심리학으로 부당함에 대항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의 욕망 이해하기

by Rootin

문화는 교육에서 시작한다. 특정 환경에서 살아가는 집단과 사람들은 계속 남아 있기 위해 후속 세대에게 가르침을 준다. 해당 문화에서 요구에 벗어나지 않게끔 부응하는 공통적인 삶의 방식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기본적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격을 형성한다. 어린아이들이 즐기고 좌절하고 바라는 대상은 문화로 투사된다. 해당 문화는 한 사회를 이루는 성인들의 집단으로 확대된다. 보편성은 이러한 틀 안에서 규정된다.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상대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른 문화는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기능이 같더라도 밑에 깔린 심리적 배경은 다를 수 있다. 같은 국가나 민족에서도 다른 문화가 나타나는 것은 배경과 욕구가 늘 변화하기 때문이다. 특정 사회적 현상을 이해할 때 실험이나 뇌과학을 통해 문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지만 해석을 통해 이면 심리를 찾는 방법도 존재한다.


문화 심리를 연구하는 방법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부터 출발한다. 인간 행동에 의식과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학문으로 인정받는데 기여한 건 프로이트였다. 당시에도 심리학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융은 프로이트의 바통을 이어받아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선조 때부터 내려온 지식과 감정이 존재한다는 이론이었다. 현대에 와서 문화의 이미지들이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연구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은 모스코비치라는 심리학자이다. 그의 정신역동 이론은 인류학과 사회학적 관점으로 사회적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흔히 말해 문화콘텐츠라고 불리는 각종 이미지와 스토리의 생산물은 해당하는 사람들의 이면 심리를 분석할 때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한국 문화는 다양한 민담과 속담, 그리고 현대의 대중산업이 남긴 세계적 콘텐츠까지 일관되지 않은 표상들이 남아있다. 오래 살아남은 문화적 행동 양식과 최근 흥행 성적이 좋았던 한국 드라마가 단 하나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집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특정 사회현상과 그 기저에 있는 심리적 배경을 연결 짓는 해석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다. 지금은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처음 제시했을 때처럼 심리학이 가볍게 취급되지 않는 시대인 것도 분명하고 사례와 양식의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은 다뤄볼 만한 연구 주제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서구권에 비해 집단주의적 행동 양식이 더 자주 패턴화 되어 나타난다는 인식은 일부 반대 사례와 경험을 가진 입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집단주의적이지 않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 강한 한국인들의 경우에는 그 나름의 패턴화 된 기저 심리 연구를 통해 더 종합적인 해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교육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을 고르라고 한다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 일본과 같이 비슷한 문화권에서 조금씩 보편적 차이를 보이는 사례를 본다면 무엇이 더 우월한 지를 떠나서 어떤 패턴의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아이들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주체적으로 키워진다고 말한다. 주체성을 가지고 자라는 성인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들의 시선에도 한국 사람은 눈치를 보기보다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자기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일 수도 있고 의식과 무의식을 골똘히 연구하는 기관에서 그렇지 않다고 판별할 수도 있다. 적어도 일본인의 보편적 패턴들과는 미묘한 심리적 욕구 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의 주장이다.


모든 일본인이 또는 모든 한국인이 똑같은 문화를 배우고 내면화해서 심리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여기서부터는 한국인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더 주체성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은 집단과 일본인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은 집단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엄하고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떠올릴 수 있고 인정할 수도 있다. 문화의 기능적인 면에서 그 기저 심리를 파악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주 발견된 패턴 중 하나를 추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꺼리고 사회적 역할에 집중하도록 교육하는 일본 집단의 경우, 일본의 오래된 역사에서 드러난 문화를 학습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립된 지역에서 무사 중심사회에서 오랫동안 전란을 겪는 과정에서는 공동체가 지켜야 하는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했을 수 있다.


이미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사회적 현상으로 알고 있는 '히키코모리'로 표현된 일본 사람들은 사회적 역할을 회피한 끝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사람이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는 그들의 심리가 그저 좌절감이 아닌 회피성 욕구라고 말한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여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역할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일부 각도에서 한국에도 '히키코모리'와 유사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단순히 1인 가구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행동이 반복되고 장기화된 일본의 사례를 걱정하는 것이다. 한민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주체성을 교육받은 한국의 아이들이라면 문제를 자신 존재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능력이나 노력으로 가능한 영역에 자신을 위치시켜 놓는 의지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감과 격려를 배울 수 있는 아이들은 존재에 대한 의문은 전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존재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가장 나중에 하고, 일단은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한다. 무슨 수를 써도 바뀌지 않을 때가 되기 전까지는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여기서 문화심리학의 관점으로 홍길동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과 일본의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애니메이션 중 상당수는 주인공이 초인적인 힘을 통해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능력을 발휘한다. 친구를 지키든, 속한 세계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자가 되든, 핵심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힘을 얻는 계기는 대부분 신분제에서 영향을 받은 혈통에 있다. 반면 홍길동은 영웅이 되는 이유부터 구별된다. 서자라는 신분의 억울함이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다. 영웅이 되는 방식은 도둑질이다. 부당하게 부를 축적한 사악한 탐관오리의 부를 떼어 평민들이 나눠갖도록 만들어준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이나 혈통으로 월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인구는 전체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야기는 월등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보다는 대다수의 인구가 가진 심리적 배경을 차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같은 조건이더라도 일본에서 활성화된 이야기는 신분세습에 의한 초월적 존재에 대한 영웅담이었고 한국에서 오래 기억된 문학은 신분에 의해 차별받은 홍길동이었다. 서로 다른 주인공들이 삼는 적의 모습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홍길동의 적은 특정 탐관오리가 아닌 부당함을 만드는 사람이다. 일반 평민들이 못 가진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타깃이 된다. 홍길동의 이야기에 공감을 느끼는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비슷한 패턴 양식을 보일 수 있다. 쉽게 바뀌지 않는 부당한 현실에서 늘 화 만 낼 수는 없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감정적 해소를 할 수 있는 원인을 찾는 건 정신적으로 안정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이때 주체적인 성인은 통제력의 상실을 원치 않는다. 감정적 해결을 넘어서 상황을 바꾸고 싶을 때는 원통함을 동기로 삼는다. 홍길동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 능력과 권력을 새롭게 창출했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불편함의 해결을 의미하지 않았다. 민주사회도 아닌 조선시대에 생겨난 이야기에 지금도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가 있다는 건 사회적 구조와 구성원들이 유사한 방식의 해결과 합의를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당함에 억눌린, 주체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환상 세계에서 극단적 힘을 발휘해 한 방에 불안적 요소를 제거하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에 심취할 시간이 없다. 주어진 시간 안에 배움, 소득, 권력 획득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노력을 중시하는 문화의 출처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연구이다.


학문적 연구의 결과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홍길동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본 집단이 있을 수 있고 혈통을 힘의 출처로 삼고 초월적 존재로 성장하는 영웅에 공감하는 한국 집단이 있을 수도 있다. 해당 사례와 근거들은 모든 일본인이나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만들기 위한 프레임이 아니라 심리적 배경을 이해해볼 수 있는 용도로 쓰인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중심적 경험을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타인에게 부정적 분노로 표출하는 데 문화적 편견은 상당히 위협적인 무기로 쓰인다.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타인들에 대한 수용과 포용하는 것과 다르다. 누군가의 욕망을 아는 것은 그 행동의 배경과 결과를 짐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옳은 행동이나 그릇된 행동에 대한 판단은 구성원과 사회가 저절로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 갈 수 있다. 문화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은 사회가 고민해볼 문제들에 합리적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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