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에서 남기고 싶은 곡, 지우고 싶은 곡, 넣고 싶은 곡
다가오는 연말을 기다리는 요즘 같은 때에는 캐럴송 모음집을 찾게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내가 몰랐던 노래와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한다.
음반가게나 주인장의 선곡센스가 좋은 카페 같은 곳을 가지 않아도 내 방에서 들을 수 있다.
듣다 보면 '이 노래 제목이 뭐였지?', '누구 노래였지?' 하게 되는 곡들이 있다.
기억이 나기도 전에 따라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내 머릿속에서 잊힌 노래도 있다.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나에게 힘이 되는, 나에게 가장 흥을 돋아주는, 추억이 담긴 노래들이 모두 플레이리스트에 남아있지 않으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일상이 흐르고 1년, 2년, 5년,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수많은 신곡들도 나오게 된다.
또 새로운 나만의 테마곡도 발견하게 된다.
내 인생이 딱 하나의 주제로만 정해진 삶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가사와 멜로디와 메시지는 예전 나의 모습일 수 도 있는 반면,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일 수 도 있겠다.
내가 지정한 테마곡을 잊었다는 건 단순히 경험한 지 오래되거나 들은 후에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일상의 주제가 내 앞에 더 가까이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노래를 듣고 있는 나는 지금을 살고 있다.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 현실적으로 맞닥뜨린 주제가 내 앞에 있다.
매일 벗어날 수 없는 주제들과 만난다.
이 문제들 중에서 내가 비중 있게 다루고 싶은, 내가 들었을 때 좋은 주제의 테마곡 같은 일들이 분명히 있다.
예전부터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
나의 꿈이라고 생각해서 도전한 분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시간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취미
버티기 어렵고 험난하지만 노력해서 이겨내고 싶은 정신
언제나 모든 주제를 의식하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중요했다가도 덜 중요할 수 도 있고, 새로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내면과 외면이 모두 스스로 이끌어 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부르고 싶은 노래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내가 꼭 듣고 싶은 노래를 까먹었을 때는 많이 아쉬울 수 있다.
내가 잊어버리기 싫어서 메모장에 메모까지 남겨놓았을 때, 그런데 그 메모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때는 매우 허탈하다.
플레이리스트에 그 노래가 남아있다면, 좋아한 곡으로 표시해 놓았다면 다행이지만, 리스트에 없는 노래는 어떻게 다시 찾아야 할지 난감해진다. 단순히 그 노래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라기보다, 테마곡에 담긴 추억도 같이 분실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플레이리스트에 너무 많은 노래를 담아 놓아서 전부 기억하기에는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플레이리스트에 처음부터 담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받은 플레이리스트만 듣다가 내가 스스로 만든 플레이리스트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내가 꼭 듣고 싶은 노래를 잊고 지워버리는 것보다는 찾고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그렇게 추가하고 싶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들이 있을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실 문제와 일상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들이 있을까.
예전에 내가 겪었던 경험과 기억은 어떻게 내게 남아 있을까.
앞으로 내가 듣게 될,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으로 채우고 싶을까.
앞으로 내가 겪을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면 좋을까.
한 번 다시 플레이리스트를 바꾸고 난 일상은 조금 더 만족스럽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