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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Feb 28. 2017

잔잔하고 진부하다

<싱글라이더>

틈 없는 기러기 아빠

잘 나가던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은 회사가 구조조정 되면서 졸지에 사기꾼이 됩니다. 수많은 고객에게 부실채권을 팔았기 때문이죠. 고객들에게 무릎을 꿇어보지만 재산을 날린 이들에게 별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재훈은 문득 호주로 유학보낸 아내와 아들을 떠올리고, 무작정 호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에 충격을 받습니다.


영화는 그저 돈을 버느라 생각할 틈이 없이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악의는 없었지만 사기를 치게된 자신의 처지와, 좋은 뜻으로 유학을 보냈지만 가족을 외롭게 만든 사실을 뒤늦게 깨닫죠. 재훈이 떠난 며칠간의 여정을 통해, 삶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죠, 저축은행 사태라고


이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의 오른쪽, 당신의 왼쪽>이라는 단편 영화를 연출했던 이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특이한 건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에서 배급을 했습니다. 흥행작이 없는 신인 감독에게 기회가 돌아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제작비가 20억원 정도 들었다고 하니, 관객이 60~70만명은 넘어야 손해를 안 보겠죠.

 

영화 초반부를 제외하면 아내와 아들이 유학 중인 호주가 영화의 주 배경입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감독 답게 화면이 참 깔끔합니다. 공효진 씨가 고교시절 호주 유학 경험이 있어서 작품을 선택하는데도 제법 영향을 줬다고 하고요.  

손님, 주문은 언제 하시나요


깊이를 내보이는 연기

삶의 벼랑 끝에서 가족과 우선순위를 돌아보는 내용이니, 배우들의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이병헌과 공효진의 감정을 삼키는 연기가 꽤나 인상적입니다. 나름의 고민과 내적인 갈등 담긴 그늘이 두 배우의 얼굴에서 영화 내내 잘 표현됩니다. 


안소희의 연기는 다소 아쉽습니다. 역할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인물인데, 잠깐 배낭 여행 온 순진한 여대생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잔잔하게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라 아쉬움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역시. 중국인 보모 보다는 사모님이 잘 어울려요
좀비가 나올 것 같아요


추천: 이 땅의 모든 기러기들에게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엄청난 갈등 구조를 풀어내야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어 본 분들이나, 배우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특히 기러기 생활을 했거나, 소통이 좀 모자란 가족이 있거나, 가장의 무게감에 눌려 본 경험이 있는 분들.


잔잔한 감성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면, 다소 진부한 반전은 꽤 아픈 구석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다면 절대 눈치챌 수 없어야 반전의 힘이 강할텐데... '어째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데이트 영화로 사용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

계단을 걸어 올라갈 때의 하늘 풍광이란


p.s. 공효진이 바이올린 연주할 때가 제일 긴장되더만요. ㅋㅋ



#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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