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삶의 단면을 기승전결이 있는 부분만 쪼개놓고 보면, 쫄깃한 영화 같은 경우가 있죠. 그런데 삶이란 게 조금 긴 호흡으로 보면 그렇게 쫄깃하지가 않거든요. 오히려 시시하고 밋밋하죠. 이 영화는 그런 긴 호흡을 가진 작품입니다. 업보에 대해 다루느라 쉽게 흥분하지 않아요. 그래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라라랜드>의 꿈 많은 피아니스트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괴물 저격수 브래들리 쿠퍼, <문라이트>의 마약 판매상 후견자 메어샬라 알리, 라이언의 실제 아내인 에바 멘데스가 출연합니다.
모터 사이클 스턴트맨으로 일당을 벌며 사는 루크(라이언 고슬링)는 어느날 옛 여자친구 로미나(에바 멘데스)를 만나 자신의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던 루크는 뒤늦게나마 가장 구실을 하겠다며 은행을 텁니다. 그러다 자신을 쫓던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의 총에 맞아 죽죠. 15년 후 루크의 아들과 에이버리의 아들이 만나 이런 저런 일이 벌어진다는 내용입니다.
<블루 발렌타인>을 연출했던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습니다. 마치 영화가 3부로 나뉘어 있는 듯한 구성이예요.(1.라이언 2.브래들리 3.데인 드한)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이나 되죠.
연기자 모두가 저마다 사연을 한가득 안고 있는 느낌입니다. 화려하게 주목을 받는 인물마저 어딘가 모르게 애달프고 구슬픈 느낌이 들어요.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걸 아주 잘 표현합니다.
약간 억지스러운 설정은 있어요. 에이버리가 루크에 대해 가지는 연민이라든가, 그에 따른 이런저런 행동들은 '업보에 대한 설명'을 위해 지나치게 구겨넣었다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라이언 고슬링의 억울한 듯 무표정한 눈빛 만큼이나, 알싸한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웃고 떠드는 장면 마저도 어둡게 읽히거든요. 처연함 느껴지는 이야기를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데이트 영화로는.. 기분이 막 뿅뿅 업되지는 않기 때문에.. 연인과 같이 앉아서 보기 보다는, 혼자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보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네요. 알싸한 영화라도 연애용이라면 <라라랜드> 봐야죠. ㅋ
p.s. 서스펜스의 절정은.. 은행에서 가방 던지는 대목이 아닐까 ㅋㅋ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