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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Dec 13. 2016

강요 받아 우는 찝찝함

<판도라>

모두가 예상하는 그 얘기

원전이 폭발하는 이야기 입니다. 부도덕하고 무능한 정부는 우왕좌왕 시간을 버리고, 그래서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각자 도생하려 애쓰며, 결국 훌륭하지만 애먼 국민들이 목숨을 바쳐 사람들을 구한다는 내용. 숱한 영화에서 해왔던 아니 그보다는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전해듣던 이야기. 그래서 어느덧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소시민이 사는 동네, 거기서 함께 자란 친구들, 그곳에 들어선 원자력 발전소.. 잔잔하게 시작한 영화는 20여분쯤 지난 후부터 슬슬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지진이 나고, 원전이 삐걱대고, 당황한 정부는 이를 감추고, 그러다 결국 원전이 폭발하고, 수습을 못해 점점 커지고, 주인공이 뭔가를 선택하면서 영화가 마무리 되죠.

백반전문은 왜 세로로 쓴 걸까

 

현실을 넘어서지 못한

뉴스가 영화를 압도하는 시절 아니던가요. '저 정도의 이야기 아니겠느냐'는 짐작을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김남길, 김영애, 김명민, 문정희, 정진영, 김대명... 걸출한 배우들에 걸맞은 잘 빠진 영화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이겠지만. 관객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피폭의 현실감을 덜어냈다지만, 그 때문에 개연성 마저 떨어지고 말아요. 결과적으로는 그게 서사의 구멍으로 이어지게 되죠.


사투리에 민감한 저로서는 배우들의 사투리가 내내 거슬렸습니다. 진짜 경남 사람이 몇명이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서울 사람들이 흉내내는 어설픈 사투리 듣는 걸 특히나 괴로워 하는지라.. 주제와 소재가 저렇다보니, 영화가 시종일관 진지한 것도 좀 힘들더군요. 소리지르고, 절규하고, 달리고, 싸우고, 터지고, 죽고... 개인적으로 그런 걸 싫어해서 그런 거겠지만.

두 분의 대화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ㅋㅋ

 

공들인 CG, 훌륭한 메시지

후반부에 접어들면 대놓고 울음을 강요합니다. 관객 대부분이 울긴 하지만, 그 눈물이 영화 속 인물에게 공감해서라기 보다는 기능적으로 쥐어 짜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기능만 하는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사람같지 않다'는 반응도 생기죠. 일상 생활에서는 주고받지 않을 말투와 대화가 많다보니 오글거리다 갸웃거리다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공들인 CG와 영화의 볼거리는 꽤 화려합니다. 유치하거나, 어색하거나, 못봐주겠는 장면이 딱히 없죠. 영화의 60% 정도가 CG였다는데, 마지막 헬멧을 쓴 사람들이 작업하러 들어가는 장면은.. 아마겟돈을 떠올리게 합니다. 헐리우드 재난 영화의 장면들을 많이 참고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알록달록 반점 분장도 훌륭했다는 ㅋ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 메시지는 참 좋았습니다. '아아, 저 얘기 하고싶어서 영화 만들었구나.' 원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대중들이 알기 쉽게 표현했다는 점 만큼은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원전 얘기는 기자나 PD들이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잘 안 보거든요.




#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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