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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Dec 23. 2016

스펙은 충분하지만

<마스터>

훌륭한데 사귈 수는 없다

소개티에서 돌아온 남자의 평가에 빗대자면 그렇습니다. 예쁘고, 몸매도 좋고, 학벌도 좋고, 재력도 좋은데 딱히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내 취향을 탓해야 하는 건지, 상대의 매력을 탓해야 하는 건지 갸우뚱한.


개연성 있는 이야기, 매력적인 연기자들의 훌륭한 연기, 추격적과 총격전이 담긴 큰 스케일... 지루하지 않고, 군데군데 웃기기도 하고, 영화다운 통쾌함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밍숭밍숭하고 길다는 평도 줄을 잇습니다. 


희대의 금융사기꾼

이병헌 씨가 연기한 진현필은 조희팔을 빗대서 만든 인물입니다. 사람들의 허영심과 한탕심을 이용해서 다단계를 운영하는 사기꾼이죠. 푼돈 떼먹으면 사기꾼 취급 받지만, 큰 돈을 떼먹으면 경제사범으로 높임을 받는다는.(이 멘트는 이병헌씨 아이디어 였다고 하죠)


진현필은 부조리한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주수도와 조희팔을 취재했던 경험 때문인지, 너무 젊고 댄디한 스타일과 화려한 언변이 오히려 캐릭터를 방해하는 느낌입니다.


정의로운 천재 경찰

강동원 씨가 연기한 김재명은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경찰입니다. 경찰청장 직속인 지능범죄수사대 소속이죠.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전략가인데, 일 생각만 하며 혼자 사는 훈남 청년입니다.


조의석 감독은 경찰에 대한 애정이 상당해서 작품마다 경찰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성은 좀 떨어지죠. 경찰청에는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가 있는데 특사과는 하명수사를, 지수대는 인지수사를 주로 하죠. 설정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천방지축 브레인 해커

김우빈 씨가 연기한 박장군은 진현필을 돕는 브레인 입니다. 전산실장으로 다단계 금융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해킹을 마음대로 하는 인물이죠. 아무 생각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독한 인물일 것 같았는데, 나름 생각도 있고 고민도 있는 청년입니다.


중간중간 위트 넘치는 대사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막연하게 개새끼인 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씹새끼네"라는 멘트는 꽤 회자가 많이 되죠) 이병헌이 중심을 잡고 강동원과 함께 작품을 견인합니다.


오달수 엄지원 진경... 화려한 조연

<미씽>에서 활약했던 엄지원 씨는 감초 역할을 하는 여형사로 등장합니다. 천만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는 오달수 씨는 한숨 나오는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로 나오고요. 감시자들에서 조의석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진경씨는 김엄마로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정원중 씨를 비롯한 조연들 모두 연기가 훌륭해요. 특히 독립영화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조현철 씨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잘 빠졌지만 본 듯한 이야기

개봉 첫날 39만명, 둘째날 34만명이 봤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내부자들> 보다는(23만/28만) 스타트 성적이 좋아요. 내부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였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초반 성적이 비슷한 작품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했던 <터널>이(38만/36만) 있습니다. 하지만 터널이 하정우 원맨쇼였고, 내부자들이 청불인데도 터널과 비슷한 성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700만명은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p.s. 나우 유 씨미,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빅쇼트가 보여요. 군데군데 ㅋㅋ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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