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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Dec 26. 2016

맛집인데 손님이 없네

<스플릿>

안타까운 75만

언론배급 시사 직후, 참석자들의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이야기와 연기, 만듦새 모두 평균 이상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개봉 첫 주말,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화는 75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내기 볼링.. 잘 짜여진 이야기

축구, 야구, 농구 등 스포츠 도박은 이제 꽤 익숙한 소재가 되었지만 그래도 '볼링으로 내기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겁니다. 볼링이라는 종목 자체가 인기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볼링은 한 때 수요일, 토요일 지상파에 경기가 생중계 될 정도로 열풍이 일었을 때가 있긴 했습니다. 스플릿 역시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SBS 수요볼링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하죠.

볼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던 주인공 철종의 퍼펙트 게임을 성공시킵니다. 이후 잘 나가던 철종은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그 후 별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반 폐인이 되어 암울하게 살죠. 철종은 어느날 브로커 희진과 함께 내기 볼링을 했다 크게 돈을 잃어 곤란하게 됐는데, 그 무렵 영훈이라는 보석을 발견합니다. 영훈은 자폐 증상이 있는 볼링의 수재인데, 영화는 이 세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짱짱한 연기.. 유지태의 재발견

어느 한 명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좌절을 겪은 유지태 씨의 어두운 연기도, 라이벌 정성화 씨의 약오르는 연기도, 어느 땐 무섭다가 어느 땐 듬직한 권해효 씨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특히 자폐 증상을 잘 소화해 낸 이다윗 씨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고지전에서 열연하던 소년의 모습일 때부터 남다르긴 했습니다. 배우들의 호흡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다만 이정현 씨의 캐릭터가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딱히 뭘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이겠지만, 영화 속 캐릭터가 이정현 씨의 매력이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유지태가 이다윗을 쫓아 다니면서 영훈의 과거를 알아내는 장면은 좀 쳐지는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가 돈독해지고 본게임에 들어가 승부를 보는 장면은 흡입력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깨알 반전도 있었고요.


돈도 실력인가.. 작은 영화의 아픔

<스플릿>은 오퍼스 픽쳐스가 배급한 작품입니다. 연예기획사로 예를 들자면 '안테나뮤직'이나 '뮤직팜' 정도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SM, YG, JYP로 대표되는 메이저 회사들로는 CJ, 롯데, NEW, 쇼박스가 있습니다)


쇼박스의 <럭키>가 889개 스크린으로 시작해 1,234개까지 스크린을 잡았고, CJ의 <형>이 744개로 시작해 985개의 스크린을 잡았던 걸 보면.. 스플릿이 얼마나 억울한지 알 수 있죠. (스플릿은 563개로 시작해 가장 많이 스크린을 잡았을 때가 702개였습니다)

그래도 강동원을 내세운 쇼박스의 <가려진 시간>이 884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하고도 50만명에 그친 걸 보면.. 물량 공세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는 없는 건 분명하지요. 총 제작비가 50억원 정도 들었다니 손익분기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최국희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니까.. 다음번 작품을 기대해 봐야겠지요.


p.s.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나 설정이 좀 있긴 한데, 좋았어요 그래도. ㅋㅋ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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