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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Dec 19. 2016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미씽:사라진 여자>

아이 잃은 부모의 절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더 정확히는 두 여자의 이야기고요. 지선(엄지원)은 아이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살 정도로 정신이 없는 엄마예요. 악의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삶이 그만큼 팍팍해서. 이혼한 남편에게 양육권을 빼앗기면 안되는 처지입니다. 부부가 함께 해도 어려운 육아를 혼자서 하고 있습니다. 돌보미 아주머니의 역할이 절대적이죠. 지선은 말 수는 적지만 아이를 잘보는 한매(공효진)를 꽤 신뢰했습니다. 

 

아이가 참 예쁘게 생겼죠?


초반에 너무 힘을 뺀 탓일까

영화 중반까지는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엄지원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공권력은 무심하게 느리기만 하고, 자기 혼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아주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어지간한(?) 실종신고 정도는 신경을 쓸 수 없는 경찰 입장도 물론 이해는 됩니다만. 한치 앞을 모르고 달려가는 영화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남편 역할을 좀 더 비중있는 분이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중반 쯤 부터 속도가 좀 쳐지기 시작합니다. 한매의 사연이 소개되는 때부터 결말이 짐작됩니다. 한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매를 둘러싼 인물들이 오로지 '불쌍한 한매'를 만들기 위해서만 노력하기 때문이죠. 캐릭터의 기능만 너무 강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물들의 연기에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훌륭한 배우들이 


엄지원과 공효진의 박빙 승부

엄지원의 연기와 공효진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아이를 잃고 반쯤 실성한 채로 돌아다니며 절규하는 지선(엄지원), 바보같고 순박하게만 보이다가도 한순간 싸늘하게 변하는 한매(공효진). 두 사람의 연기가 다소 미흡한 캐릭터를 충분히 받쳐줍니다. 특히 공효진 씨의 악역은 다시 생각해도 무섭습니다. 돌보미 아주머니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섬뜩하거든요.

얼굴에 점을 저렇게 많이 만든 이유가 있겠죠?

다만, 엄지원 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다소 서먹서먹한데.. 워킹맘이니까 그렇다고 하기엔 엄마 느낌이 잘 안 묻어나더군요. (찾아보니 엄지원 씨는 아직 아이가 없으시더군요) 아이가 있었다면 작은 디테일들이 더해졌을테고, 진짜 엄마 같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공효진 씨의 어설픈 한국말과 중국어도 불편한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오열하는 장면이 많은데,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연기를 잘했다는 거겠죠.


10년 만의 복귀작, 결과는 흐뭇

이언희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직전 작품이 2007년 선보인 <어깨 너머의 연인>인데, 동명의 일본소설을 영화화 했지만 관객 동원은 30만명에 그쳤습니다. 싱글즈로 재미를 봤던 사이더스가 쿨한 여자들의 섹스라이프를 소재로 한 영화죠. 전작과 비교하면 영화 전체적으로 훨씬 밀도가 생겼습니다. 개봉 2주만에 100만명을 넘겼으니 결과도 나쁘지 않은 듯 하네요.

사랑스러운 역할에 익숙하던 공효진의 지경이 넓어진 느낌이랄까


p.s. '아저씨'와 '미생' 때문일까요? 김희원 씨는 아무리 착하게 연기해도 나쁘게만 보인다는 ㅋ



#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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