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길 꿈꾸는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영화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먹먹함과 답답함, 슬픔 같은 키워드로 평가되는 영화니까요. 그래도 꼭 한 번 보실만한 영화입니다.
80대 거장 켄로치 감독의 작품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죠. '영원한 청춘, 영원한 좌파'라는 별명에 딱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묵직한 주제를 담담하게 그려내죠. 고작 60개 스크린으로 시작했지만, 9만명 가까이 봤습니다.
콜센터에 전화하며 답답했던 경험, 관공서 민원실에 전화하며 갑갑했던 기억을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그 작은 사연으로 엄청나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죠.
보기만 해도 답답한 공무원들, 비효율적이고 관료화된 조직이 운영되는 것에는 사실 굉장히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수당을 포기하는 것을, 어느 누군가는 분명 '비용 절감'으로 여길테니까요. 켄로치 감독은 이 숨겨진 의도를 아프게 지적해 보입니다.
많은 영화를 보면서 늘 아쉬운 부분은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정한 '기능'을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배우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람 같아요 다들.
심지어 영악하고 괘씸한 공무원들이 결정적일 때는 사람을 살리려고 인공호흡을 합니다. 배우들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나, 처한 환경과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데이트 용으로 활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행복하고, 기분좋고, 달달한 영화를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갸웃 거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회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 나누기를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하실 겁니다. 언제나 사탕만 먹으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가끔 이런 잡곡밥스러운 영화를 챙겨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p.s. 통조림을 왜 손에 따라 먹었을까요. 근데 그렇게 마셨다면.. 이런 울림도 없었겠죠?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