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캐처>
로튼 토마토 평점 8.8,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이야기, 명연기가 장기인 배우들.. 하지만 2만6천명밖에 안 봤습니다. 아마도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쫄깃한 서스펜스가 살아있는 영화를 생각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는 사건보다 인간의 본성, 감정의 흐름을 예리하고 냉랭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열등감과 인정욕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다 보고 나면 뒷골이 서늘할 정도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의 전말을 다룬 영화'라는 설명을 미리 본 이들은 '주인공이 언제 죽을까'를 계속 궁금해 하지만, 그걸 궁금해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거든요.
이 영화는 열등감과 외로움, 인정욕구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데 공을 들입니다. 과장하지도 않아요. 그저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 충격적인 살인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조명합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억만장자가 금메달리스트를 살해한 실화를 다룬 작품인데, 실제 인물들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사진을 찾아보면 정말 비슷하게들 생겼어요.
레슬링 선수들에게 7개월 특훈을 받아서 그런지, 선수들의 디테일 역시 살아있습니다. 어머니에게 인정받아 보겠다고 애를 쓰는 아들의 애절한 연기도 압권이고요. 서울 올림픽 경기장에 동양인 관중이 없는 건 옥의티지만.
사실적인, 여백이 묻어나는, 차분하고 여운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데이트용으로는.. 글쎄요.. 호불호가 좀 나뉠 거 같아요. 평소에 영화 좀 보시는 커플은 좋다고 할 것 같은데, 쫀득쫀득한 스릴러나 우당탕 달리는 영화를 즐기시는 분들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씨네필인데 놓쳤다면 지금 당장.
p.s. 마크 러팔로는 정수리 부분을 일부러 깎은 거겠죠? 설마 흑채가 없어서는 아니겠지 ㅋㅋ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