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금수저와 흙수저. 신분이 다른 여교사 두명과 한 남학생이 벌이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 가진 신참 선생님과 아무 것도 없는 고참 선생님. 하지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합니다. 꽤 괜찮은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의 개연성이 시종일관 충돌합니다.
계약직 교사 효주는 일상이 팍팍합니다. 10년 사귄 동거남은 백수나 다름없고, 쳇바퀴 도는 계약직 삶은 빡빡하게 탈출구가 안 보이죠. 반면 이사장 딸이자 낙하산 선생님 혜영은 모든 걸 가졌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 선후배고요.
영화는 두 사람이 무용 특기생 제자 재하를 두고 다투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중후반부 신선한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설정을 제외하곤 이야기의 맥락이 이어지질 않습니다. 뭔가 억지로 끼워 맞춘 것 처럼.
20년 구력의 김하늘은 그늘진 연기를 참 훌륭히 소화하지만 단편적인 캐릭터를 넘어서지는 못합니다. 정규직이 절실한 계약직 교사가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사장 딸을 면전에서 비난하고 혼내는 설정이라든지, 맨정신에 교사 회식 분위기를 망치는 설정은 너무 무책임한 감이 있습니다.
천방지축 캐릭터인 혜영 역시 시종일관 해맑게 행동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상당히 영악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두 여자 사이의 시기와 질투, 미묘한 감정 변화에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바뀌어야 하니까 바뀌고, 대립해야 하니까 대립하는 느낌이 들죠.
김하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보고 싶으신 분들은 나름대로 만족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좋은 연기가 좀 더 잘 짜여진 이야기 위에 놓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습니다.
데이트 용으로도.. 잘 모르겠습니다. 10년 된 커플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나름 리얼리티가 느껴졌지만, 싸우는 거 보자고 극장 가는 커플은 없으니까. 안 그래도 맨날 싸울텐데. ㅋ
p.s. '됐고, 야하면 돼'하며 침 삼키는 분들.. 당신이 기대하는 노출 장면, 없어요 ㅋ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