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데 내가 지금 영화를 보는 건가 현장을 보는 건가 헷갈릴 정도로.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등을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장기가 담뿍 담긴 작품입니다. 전작들보다 훨씬 날카로워졌습니다.
마약을 밀매하는 멕시코 갱단, 그들을 잡아들이는 미 FBI와 관계자들, 거대한 권력과 조직의 음모와 속내.. 국경 너머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작전을 차분히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수사기관에서 벌어지는 일, 소탕 당하는 자들의 일상, 정의 실현에 있어 제도와 절차의 효용성 등. 생각해 볼 문제들이 매우 잘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이중성이랄까 카르텔의 민낯 같은 것들도 여실히 보여주고요.
온전히 선하기만 한, 온전히 악하기만 한 사람이 있을까요. 누군가에겐 악당인 사람도 자기 가족에겐 천사일 수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잖아요. 배우들의 열연이 그런 모습을 아주 잘 담아냅니다.
수사기관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으로 보자면.. 영화가 그 사람들의 실상을 꽤 잘 그려냈어요. 물론 미국 얘기니까 다소 차이도 있겠지만. 흡사 견학을 하고 온 듯한 기분도 느껴집니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우당탕 소탕 작전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정반대에요. 피하거나 감추지 않는 영화죠. 오히려 그래서 찝찝하거나 불쾌하게 여기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네요.
데이트 용으로는.. 글쎄요. 해피한 결말, 후련한 피날레가 꼭 필요한 애인이라면 접어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근데 영화가 시종일관 조마조마하고 쫄깃쫄깃하긴 하니까 어떻게든 써먹자면 뭐.. ㅋㅋ
p.s. 근데.. 흑인 동료는 진짜 요만큼도 사심이 없었을까?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