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검사들 얘깁니다. 깡패와 정치인, 기자, 연예인과 더불어. 전두환부터 MB까지 현대사를 훑기도 하죠. <범죄와의 전쟁>, <부당거래>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조폭 영화들이 생각 나기도 합니다.
인기 많은 소재에 걸출한 배우들을 버무린데다, 최고 성수기에 한재림 감독 작품이라니.. 대작이 나왔겠다 싶었습니다. 취향 따라 갈리겠지만 저는 좀 갸우뚱 하네요. 아 물론, 이건 순전히 법조 기자 출신인 제 경험 탓이니 일반적일 순 없습니다.
흙수저 태수는 좀 놀고 싸움 좀 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어찌어찌 검사가 됐죠. 검사가 된 후로 생각보다 시시한 격무에 시달리던 태수는, 한 사건 때문에 권력의 문고리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 문에 들어서기로 하죠. 그 때부터 태수의 인생이 서서히 꼬여갑니다. 되돌리기 힘들만큼.
나름 반전도 있고, 적절한 속도감도 있습니다만.. 보는 내내 낯이 익어요. 여러 영화가 떠오릅니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들은 굉장히 현실적이었는데, 이번엔 좀 과합니다. 그 동네 '선수'들 초식이 아니거든요. 저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라면 대놓고 할 수 없는 대사의 남발.
정우성은 잘 나가는 부장검사를 거쳐 검사장이 되는 역할인데,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입니다. 흙수저 출신 검사 조인성도 조승우와 비교하면 몰입이 안 되고요. 정작 빛나는 건 조연들입니다. 배성우와 김소진, 조우진은 진짜 검찰 사람들 같아요.
조폭 김의성은 대사도 몇 마디 없는데 존재감이 압도적입니다. 무시무시해요. 조인성을 맴도는 류준열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하고요. 김아중, 김민재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근데 제가 좀 특이해서 사투리에 예민한지라.. 여러 배우들의 어설픈 사투리를 듣고 있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ㅋ
리뷰를 읽고 혹시나.. 물량공세를 퍼붓고도 250만명 동원에 그친 <아수라>를 떠올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진 않습니다. 이번 리뷰는 뮤지션이 음악영화 보면서 궁시렁 대는 거랑 비슷한 거라서.. 저와는 달리 영화를 보고 시원하다는 분들도 많아요.
멀티플렉스들이 작정하고 미는 영화니까, 데이트 영화 여부를 운운하는 게 의미 있겠습니까. 하핫. 가서 보세요. 다만, 보고 나서 "그놈이 그놈"이라며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지는 마시고. 부디 정치에 관심없던 분들이 회심하는 영화가 되기를.
p.s. 박근혜 대통령 특별출연이라니.. 역시 인생 모르는 거예요.
스토리 ★★☆
연기 ★★☆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