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슈가맨>
JTBC의 '슈가맨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제목이 제법 익숙할텐데요. 정작 영화를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2012년 10월에 개봉했는데, 2만9천명 봤습니다. SVT 기자인 말릭 벤젠룰 감독 작품이고요.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도 감동이지만, 더 감동이었던 건 유명해진 이후 그의 선택이었습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그래서 누구도 쉽게 이룰 수 없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영화입니다.
싱어송라이터 로드리게스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2장의 앨범을 냈지만 별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곤 바로 잊혀졌죠. 그런데 이 앨범은 몇 년 후 남아공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당시 남아공 시대상과 맞아 떨어진 그의 노래가 국민가요(?)가 된 거죠. 하지만 아무도 앨범의 주인공을 만나진 못했습니다.
수십년이 지나 남아공에 살고 있던 두 명의 팬이 로드리게스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순수한 팬심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몇년 간 계속됐고, 결국 결실을 맺었죠. 와우. 영화는 그 여정을 차분히 복기합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스토리 때문인지, 매우 감동적입니다. 남아공 자료화면을 보여줄 때의 그 뭉클함이란. 화질과 음질이 떨어지는 것 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용 그 자체로 충분하니까요.
투자를 많이 못 받아서 아이폰으로 촬영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웬걸, 2012년 선덴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죠. 로튼토마토 평점은 무려 95%나 된다는.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2만9천명은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감동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겁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가 주는 감동, 소스라치는 반전이 주는 감동, 끝 모를 상상력이 끌어내는 감동.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만큼 감동적인 게 또 있을까요. 스포일러가 될까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김프로 리뷰의 목적은 '보시라'는 거여서)
데이트 영화로도 훌륭합니다. 특히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중에서도 70년대 느낌의 사운드를 정겨워 하시는 분들이라면 매우 흡족해 하실 영화입니다.
p.s. 도심 옥상에서 이 영화를 같이 보려고 꿍꿍이 중입니다. 조만간 발표합죠. ㅋㅋ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