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테크닉>
드니 빌뇌브 감독의 아주 오래 전 영화입니다. 1989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 '에콜 폴리테크닉 공대'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죠. 2009년 발표됐지만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드니 빌뇌브답습니다. 물론 나중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단단한 감은 있습니다만. 과장하지 않고 냉랭하게, 하지만 적당히 불을 지피죠.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내내. 참 훌륭한 연출력입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던 마크는 페미니스트를 극도로 혐호합니다. 그래서 총기 난사를 계획하죠. 기숙사를 나서 강의실로 들어선 마크는 남학생들을 내보내고 여학생들을 줄세운 뒤 총을 쏩니다. 그리고 구내식당과 강의실을 돌며 총질을 해대죠. 이 사건으로 여성 14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모든 등장인물은 허구'라고 서두에 밝힙니다. 총기를 난사한 마크와 부상자, 부상자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쓴 작품들과는 달리 자크 다비츠 각본이고요.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스타일대로 매우 현실적입니다. 연기도, 분위기도. 캐나다 배우들이라 그런지 눈에 익은 배우들이 나오진 않습니다. 2009년작이라 혹시 유명해진 사람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찾아도 봤는데.
총기 난사 사건을 다뤘으니 유혈이 낭자하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나름대로 절제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사람들이 총을 '얼마나 리얼하게 맞느냐'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심정이 어떠냐'를 더 리얼하게 그리거든요.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이야기가 막 달려가지는 않습니다. 후기작들에 비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도 조금 덜하고요. 드니 빌뇌브 감독을 좋아하신다면, 초기작이 어땠는지 찾아보는 설렘은 있을 겁니다. 데이트 무비로는? 에이. 그러지 마요.
p.s. 이 사건은 1989년 캐나다고요, 2007년 떠들썩했던 조승희 사건은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