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SBS 뉴스추적, 그것이 알고싶다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죠. 16년 만에 살인범 누명을 벗은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실화를 극화했습니다. 사건을 모르는 분들, 관심 없는 분들의 이목을 끌기 좋게. 내용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더러 '너무 과장됐다'는 평도 있습니다만, 감독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습니다.
전북 익산의 약촌오거리에서 한 택시기사가 살해됩니다. 우연히 이 곳을 지나던 현우(강하늘)는 출동한 경찰에게 목격담을 털어놨다 졸지에 살인범이 되죠. 그리고 15년형을 받습니다. 만기 출소한 현우에게 국가는 구상권을 청구하는데(나라가 피해자에게 보상을 했으니 돈 갚으라는) 이자가 불어 1억원이 넘습니다. 이 사연을 접한 변호사 이영준(정우)이 우여곡절 끝에 재심을 이끌어 낸다는 스토리입니다.
경찰, 검사, 변호사, 피해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갑니다. 김태윤 감독 작품인데 2006년 첫 장편인 <잔혹한 출근>을 제외하면 <마이 페어 레이디스>, <또 하나의 약속> 같은 실화 영화들을 주로 만들고 있는 감독입니다. 직전작인 <또 하나의 약속> 보다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만, 극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새로 집어넣은 이야기가 좀 과한 감이 있습니다. 영준이 동기 변호사와 갈등을 겪는 부분이라든지, 현우가 경찰을 찾아가 응징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습니다. 충분히 훌륭한 재료에 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어 좀 느글대는 느낌이랄까요.
부분부분 정우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울컥하며 눈물 고이는 속도가 설경구, 디카프리오만큼 빠르더군요. 어머니 김해숙의 연기도 늘 그렇듯 훌륭했고요. 악역으로 나온 한재영은 단조로운 캐릭터를 훌륭한 연기력으로 살려내느라 애를 쓰죠.
반면 투톱인 강하늘은 정우에게 좀 밀리는 감이 있습니다. 맡은 역할은 충분히 소화했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단 얘기고요. 박두식의 연기는 꽤 겉도는 면이 있습니다. 전북 익산을 무대로 한 영화인데, 전북 사투리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안 나온다는 건 좀 치명적입니다. 모두 전남 사투리거나, 그걸 흉내내거든요.
결국 브로맨스가 주축인 영화입니다. 언뜻언뜻 교조적이긴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실화와 픽션을 잘 버무려 냈습니다. 너무 무겁거나 어둡지도 않고요. 잘생긴 두 남자의 활약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데이트 영화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장면들이 있거든요. 작정하고 웃기지 않는데 웃긴 그런 컷들. 정우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사건 자체의 힘이 있으니까요.
p.s. 정우의 모델 박준영 변호사를 팟캐스트에 모셨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씨네마스타>로.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