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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Feb 24. 2017

외로움을 들추다

<문라이트>

한 아이의 인생사

샤이론은 마약 중독자 어머니와 살고 있는 흑인 꼬마입니다. 말수가 적고 소심해서 친구들에게 늘 왕따를 당하죠. 어느날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숨은 창고에서 마약 판매상 후안을 만나고, 후안과 후안의 여자친구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후 샤이론은 자신을 무시하지 않는 유일한 친구 케빈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리면서 케빈과 헤어지고 인생이 크게 바뀝니다. 영화는 샤이론의 성장 궤적을 묵묵히 따라갑니다.


1부 리틀, 2부 샤이론, 3부 블랙이란 제목으로 모두 3명의 배우가 샤이론을 연기합니다. 영화 포스터를 유심히 보시면, 배우 3명의 얼굴을 합쳐 놓았습니다. 베리 젠킨스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했는데, 2017년 오스카 시상식 전에 전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152개나 거머쥐며 호평을 받은 영화입니다.

후안은 아이의 구원자기도 하지만, 동시에 파괴자이기도 하죠


말 없는 이의 외로움

말 수가 적고 자기 주장이 약한 사람은 홀대를 당하기 쉽습니다. 유약한 유년기의 샤이론도 보고 있기 답답할만큼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죠. 샤이론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이들에게, 아주 어렵게 마음의 문을 엽니다. 그리고 그들을 평생 기억하죠.


영화는 샤이론이 아이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아주 냉정하게 담아 냅니다. 단,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절망적이거나 피폐하게 그리지는 않습니다. 샤이론의 겉모습이 거칠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내면을 세심함이 유지됨도 잘 보여주죠. 외로움과 씨름하는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따르는 여정이랄까요.

보고만 있어도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표정


친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평론가들의 극찬이 쏟아지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보기 편하게 친절한 영화는 아닙니다.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일관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그 덕분에 영화 곳곳에서 느끼고 생각할 지점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영화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 활용된 클로즈업이나 핸드 헬드, 패닝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자칫 몽환적이고 난해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나 색감, 이야기의 구성 등은 영화 속 샤이론의 성격만큼이나 매우 세심합니다. 물론 그런 묘미를 발견하는 이들에게는 보석같은 영화가 되겠지요.

건장한 체격과 여린 마음은 별개라는 사실
어머니의 연기가 참 훌륭했어요
사진만 보고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


추천: 마음을 다룬 영화

인물의 감정과, 일렁이는 마음 상태에 치중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잇따라 벌어지는 사건이나, 갈등의 해결 방법을 중요하게 따지시는 분들에게는.. 그닥 대단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훌륭한 영화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데이트 용으로는.. 역시 변수가 있습니다. 평소 영화를 좋아해서 많이 보시는 편이거나, 오락성 높은 영화보다 작품성 있는 영화를 더 좋아하시는 커플이라면 만족하실 겁니다. 여기저기서 상을 많이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건


p.s. 금니가 탈부착 식이라는 건 처음 알았어요. ㅋ



#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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