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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Feb 24. 2023

돌고도는 돈처럼

<샤퍼>

현대의 물질 문명과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며 굳이 '돈'을 싸잡아 비난하고 싶진 않다. 돈은 분명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때때로 그것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진심' 그 자체가 되거나 또는 그걸 전할 수단이 되곤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돈'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겠다면 그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그것엔 비판받거나 비난받을 지점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샤퍼> 역시 '돈'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 있는 텍스트로써 활용될 수 있는 영화다. 극중 등장 하는 다섯명의 주요인물들 중 두명은 오직 돈만을 좇는 전문 사기꾼이고, 그나마 낫다고는 하지만 다른 셋 중 하나 역시 그 두명의 전문 사기꾼에게 사사받아 남을 등쳐먹은 전력이 있던 사람이었으니. 그렇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남은 두명이 돈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또한 아니다. 그 둘은 부자 관계로, 듣자하니 아버지는 부도덕하게 재력을 얻은 인물. 그 아들은 비록 부도덕하진 않을지언정, 세상물정 모르고 큰 돈을 겁도 없이 쉽게 지출한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지출한 그 큰 돈도 순수하게 자기 돈인 것만은 아니었지 않은가. 자기 돈 말고 아버지의 돈이었지. 


<샤퍼>는 준비된 네 개의 챕터를 순차적으로 여닫으며, 각 등장인물들의 본질을 한꺼풀씩 벗겨낸다. 톰과 산드라, 맥스와 매들린은 그렇게 감추고 있던 진실들을 서서히 드러낸다. 인종과 세대, 그 전사 모두가 조금씩은 다른 각자의 인물들. 앞서 말했듯, 서로 달라 보이는 그들은 모두 돈의 흐름으로 공통점을 갖는다. 그중에는 돈이 많은 자도, 돈을 탐하는 자도, 돈을 얻은 자도, 돈을 잃은 자도 모두 존재한다. 네 개의 챕터를 통해 묘사되는 사기와 기만에 따라 돈의 흐름은 돌고 돈다. 그리고 돈이 돌고 도는 만큼 그들도 빙빙 돈다. 


그러나 '돈의 흐름' 말고도, 사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사랑을 비롯한 '감정'. 그중에는 사랑을 느꼈던 자도, 사랑에 배신당한 자도, 사랑을 배신한 자도 모두 존재한다. 네 개의 챕터를 통해 묘사되는 사랑의 묘사에 따라 감정의 흐름은 돌고 돈다. 그리고 감정이 돌고 도는 만큼 그들도 빙빙 돈다. 다만 두명의 전문 사기꾼, 맥스와 매들린 만큼은 비교적 거기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맥스와 매들린은 돈과 감정의 흐름 모두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 와중 돈을 조금 더 우선시하는 자들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매들린은 맥스를 버렸고, 또 맥스는 그런 매들린에게 버림 받지 않았나. 헌데 그런 그들의 감정은 돈 앞에서 모두 무용하게 된다. 돈만 가져갈 수 있다면 까짓거 날 버렸던, 또는 내가 버렸던 사람도 다시 만나보지 뭐. 함께 비행기도 타고 떠나보지 뭐. 


결과적으론 그들 모두 모든 걸 잃고 떠나게 된다. 돈의 흐름을 더 중히 여겼던 그 둘을 이긴 건, 다름 아닌 감정의 흐름을 더 깊게 간직한 다른 둘이었다. 힘든 일도 있었으나, 최후엔 서로에게서 사랑을 느꼈던 두 사람. 톰과 산드라 말이다. 특히 산드라는 맥스를 따라 돈의 흐름에 얽혔다가, 이후엔 감정의 흐름에 더 깊게 고양 되며 변화한다. 비록 조금은 교과서적인 교훈이겠으나, 어찌되었든 돈보다는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우리에게 조금은 더 이롭지 않겠냐는 말이 <샤퍼>에게서 느껴졌다. 


<샤퍼> / 벤자민 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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