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하나될 필요가 있나요?

<엘리멘탈>

by CINEKOON


때때로 픽사는 상반된 요소들을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요리와 생쥐, 로봇과 사랑, 노인과 모험 등.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서로 어울리게 만듦으로써 빚어낸 작품들. 그 픽사가, 이번에는 물불 가리지 않는 조합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로맨스를 잔뜩 끼얹은 형태로.


'반대에 끌리는 이유'란 포스터 카피가 노골적으로 있었음에도 나는 이 영화를 로맨스 영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까지의 픽사가 <월 E>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그 장르를 깊게 다루지 않아왔기 때문일 것. 그래서 그냥 우정이나 가족주의적 이야기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작 본 영화는 노골적인 정통파 로맨스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겪었던 것처럼 집안 간의 갈등을 살짝 곁들인.


결국 한국계 이민 2세대인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대도시인 엘리멘탈 시티에 이민을 온 불의 가족. 지금의 엘리멘탈 시티 부지에 가장 먼저 왔던 건 물의 부족이었고, 그 이후 바람과 흙이 들어온 것이라 상대적으로 불의 부족은 소수라는 기초 설정. 이와중 불의 가족은 수퍼 마켓 비슷한 걸 운영하고 뜨거운(또는 매운) 음식을 즐기며 상대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절이라는 형태로 표현한다. 이건 그냥 누가봐도 미국 대도시에 이민 간 한국인 맞잖아.


물과 함께면 소화될 불, 그리고 불과 함께면 증발될 물. 성질과 성격 모두가 서로 다른 불의 앰버와 물의 웨이드 사이 로맨스는 썩 설득력이 있다. 실제 현실 속에서의 물리적 성질이 어떠하든, 적어도 영화 속 불의 부족은 서로가 하나 되지 못하는 작중 성질을 지녔다. 그들은 서로 껴안을지언정 하나가 되지 못한다. 물론 작중 물의 부족 역시 마찬가지겠으나, 적어도 그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하나됨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웨이드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은 온통 물로 가득하고, 그 안에서 그들은 서로가 어딨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하나가 되어 놀며 생활한다. 그런 성질을 지녔고, 또 그런 환경에서 자랐던 웨이드가 비록 정반대의 모습이래도 앰버를 곧바로 이해하고 또 그녀의 심정에 공감해주는 건 그래서 일견 당연해보인다. 반대로, 물처럼 하나가 되거나 또는 바람처럼 그저 흘러가거나 그도 아니면 흙처럼 단단해 안정적인 다른 이들과 다르게 앰버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물, 바람, 흙 등 다른 원소들과는 달리 불은 그 화력이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다. 가장 최악의 경우엔 아예 꺼져 소화되는 것일 테고.


하지만 사랑을 통해, 앰버와 웨이드는 증명해낸다. 어쩌면 서로 가장 다른 존재들이야말로 잘 맞닿아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라 말이다. 불의 앰버와 물의 웨이드는 서로 섞이진 못해도 서로의 손을 맞잡고 껴안을 때 그 경계선이 오히려 강조되며, 바로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를 더 강조해준다. 한데 모이고 섞여 하나되는 사랑이 아니라, 그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둠으로써 존중하고 또 부각시켜 이뤄내는 로맨스. 이것이야말로 물불 가리지 않아 기특한 로맨스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런 원소의 성질들을 이용해 캐릭터의 디테일에 추가시켰다는 게 좋고, 또 누가 픽사 아니랄까봐 캐릭터의 디자인도 사랑스럽게 잘 뽑았다. 화려하다. 사랑스럽다. 그래서 기특하다. 애니메이션이 그 정도 했으면 다 한 거 아닌가 싶고. 


20230530000795_0.jpg <엘리멘탈> / 피터 손


이전 17화집대성과 총망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