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쳇, 겨우 영화 한 편일 뿐이면서 시네마 전체를 구원하겠다고? 혹시나 당신에게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 역시 잘못된 건 아닐 것이다. 지난 30년간 일곱편을 내놓으며 관객들의 입을 떡 벌리게끔 만들었던 시리즈임은 확실하나, 그 최종편임에도 현재의 영화 시장과 그 밝지 못한 전망을 모두 구해내기엔 버거울 것이다. 2025년 현재 우리 모두에게는 스마트폰이 있고, 또 각종 OTT가 있다. 꼭 영화가 아니여도 상관없다면 집에서 TV로 보는 게 기본인 드라마도 있고, 여기에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역시 존재한다. 놀거리는 많아진 반면 영화업계에 대한 투자는 실로 크게 위축된 세계. 과연 이 세계를 이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한 편이 모두 구원해낼 수 있겠느냔 말이다. 어림도 없지.
근데 그러한 의견과 확신은 극중 엔티티의 태도와 유사해보인다. 엄청난 연산 능력과 빅 데이터 활용 능력으로, 엔티티는 인류 멸망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안전하고 확실한 길을 찾아두고는 그게 정답이며 이미 쓰여진 운명이라고 말한다. 이미 쓰여진 것, 그러니까 운명. 어차피 이미 다 정해진 것 아니냐는 운명론은 인간을 조그맣게 만들어 모든 걸 포기하게끔 만든다. 어차피 그렇게 될 거 왜 노력해야 되는 건데? 어차피 인류는 멸망할 것일진대, 이렇게 된 거 핵 미사일이나 왕창 쏴보고 세상 하직하자고. 우린 어차피 다 망한단 말이야!
이에 맞서는 인간측 대표 에단 헌트의 태도가 흥미롭다. 이미 쓰여졌다는 운명론에 맞서 그가 내세우는 것은 희망이다. 유치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그리고 희망을 갖는다는 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게 에단은 희망이라는 능력으로 실낱 같은 확률을 향해 도약하고 잠수하고 뛰어든다. 물론 그 희망에도 전제는 있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겠는가. 에단은 희망의 전제란 연대라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국가, 모든 사람들을 벽에 몰아세우고 갈라치기 하려는 엔티티에 맞서 그가 행하는 방식은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는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고 미안했던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며 심지어는 원수에게조차 손을 내민다. 연대를 통한 희망. 이는 핵의 공포가 만연한 세상에서 상호확증파괴론에 대한 에단의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파훼법이다.
잠정적인 최종편으로써 아쉬운 부분들이 분명있다. 매번 거의 단발성의 사건으로만 꾸려왔던 시리즈였는데, 이번 들어 유독 7편과 8편을 각자의 부속으로 만들며 큰 야심을 부렸던 것에 대한 결과가 명백해진다. 무려 두 편으로 나눠 제작된 영화임에도 더 풀어야할 이야기와 설명들이 많아 <파이널 레코닝>의 전개는 심히 급박하다. 편집은 서두르고 대화는 과해진다. 거기다 관객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프레젠테이션들이 난무한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에단에게 전해지는 VHS 테이프의 내용이었다. 무려 미합중국 대통령이 보낸 영상 편지인데, 대체 이걸 누가 그새 다 편집했다는 건가 싶어져 부정적 의미에서 놀라웠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이후 전개에서도 툭툭 튀어나오고.
하지만 영화는 꽤 그럴 듯한 이야기로 어쨌든지 간에 관객들을 납득시켜낸다. 그리고 여기에 두 개의 거대한 액션 시퀀스를 밀어넣음으로써, <파이널 레코닝>과 톰 크루즈는 시네마의 최종 구원자가 되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보겠단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 깊은 해저에 침몰해있는 세바스토폴 장면, 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는 복엽기 두 대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인간에게 있어 가장 원초적인 공포일 중력을 계속 자극해대는 클라이막스 장면은 실로 놀랍다. 두 장면 모두 점입가경의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역시 흥미로운데, 전자의 경우 잠수함에 도달한 이후 그를 옆으로 굴려 에단 헌트를 위기로 몰아넣고 결국엔 잠수복까지 벗게 만든다. 후자의 경우엔 복엽기 위에서 상대와 백병전을 치러야하거나 꼬리날개가 파손되어 빨리 탈출해야하거나 등의 상황을 연이어 추가적으로 넣음으로써 관객들 오금을 저리게 하고.
세상의 모든 영화들은 그 내용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TV나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화면 등으로 볼 때보다 극장의 큰 스크린에서 볼 때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 사람들은 예전처럼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다. 그마저도 OTT로 볼 영화와 극장에서 볼 영화를 나눈다. 이게 마냥 나쁜 거라고 볼 수만은 없을 거다. 하지만 예전 빅 스크린 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특히 영화업계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세태가 좋을리 없고. 그래서, <파이널 레코닝>과 톰 크루즈는 그 빅 스크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려 한다. AI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인간의 힘과 그 가치를 믿는. OTT가 시장을 다 잡아먹어가는 상황 속에서 끝까지 극장과 시네마의 희망을 믿어보려는. 시리즈의 최종편으로써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때로는 만듦새보다 그 진심이 더 와닿을 때가 있는 법이다. 오직 관객만을 위해 뛰고 싸우고 추락하는 배우의 진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