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최고의 농담

<조커>

by CINEKOON

이건 세상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극중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주인공에게 묻는다. "뭐가 좋아 그렇게 웃냐"고. 여기에 주인공의 대답은 중반부까진 "죄송해요, 병이 있어서요"이고, 그 이후부터 결말까지는 "재밌는 농담이 생각나서"로 바뀐다. 그렇다. 이것은 세상을 무의미하고 병적인 것으로 보던 남자가 생각을 바꿔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농담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다.



영화는 얕은 심도의 촬영과 블러 처리로 아서 플렉이란 남자와 세상을 따로 분리하고 유리해낸다. 아, 이것은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어느 한 남자의 모습을 시각화한 연출이로군. 그렇다면 보통, 이런 연출은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지기 마련이다. 대개의 이런 영화들은 주인공이 세상과 어울리는 존재가 되며 끝나기 마련이니까. 허나 이 영화는 끝까지 이 연출을 유지한다. 그리고 유지되는 그 연출의 전제는, 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던 남자가 나중엔 세상으로부터 가장 주목 받기에 오히려 세상과 유리되는 것이다.



알고보니 배트맨의 부모를 죽인 것이 젊은 날의 조커였다는, 그래서 그 둘은 서로가 서로의 창조주였다는 팀 버튼의 재해석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배트맨의 부모를 죽인 것은 그냥 이름 없는 어느 한 범죄자일 뿐이라는 원작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해석 역시 애호한다. 전자는 아이러니에 아이러니를 더한 그리스 비극 같은 신화적 감흥을 주고, 후자는 배트맨이 복수할 구체적 대상이 증발되었기에 그의 증오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때문에, 그 둘의 절충안처럼 보이는 이 영화의 관점은 흥미롭다. 브루스 웨인의 부모를 죽인 것은 어느 이름 없는 남자지만, 그 남자의 행동을 촉발시킨 것은 조커라는 절충안. 그래서 원작과 배트맨의 팬 입장에서 가장 재밌는 연출은 영화의 최후반부가 된다. 아서에게, 아니 조커에게 누군가가 또 묻는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재밌는 농담이 하나 생각나서"라고 조커가 이야기할 때, 편집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후미진 골목길 한 가운데에서 부모를 잃은채 망연자실해 있는 한 꼬마 아이의 이미지다. 맞다. 이것은 조커 스스로에게 최고의 농담이다. 본인 스스로가, 스스로의 가장 큰 적을 창조하는 데에 일조 했다는 농담. 그렇게 둘은 죽을 때까지 영원토록, 달밤에 악마와 춤을 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