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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내가 있을게

영화 <소년시절의 너>

by 유마치


네 뒤에는 늘 내가 있을게.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렇게나 마음이 놓였던 적이 있을까. 그들에게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다.


<소년시절의 너>가 재개봉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을 쏟게 하는 감동 영화로 꼽힌다며, 인스타그램을 들어갈 때마다 알고리즘을 점령한 홍보 게시물에 오히려 반감이 솟아나서 미루고 미루다 본 작품.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때로는 어떤 수식어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훨씬 빠를 때가 있다. '뭐가 그렇게 슬플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갔다가 극장에서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는 얘기다.


어른과 사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미성년자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였을 때, 그들은 인격이 처참히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너무도 쉽게 놓인다. 몰라도 될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이고, 짊어지지 않아도 될 고통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며, 작은 목소리로 겨우 소리쳐 보아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비소일 뿐이다. '첸메이(주동우)'와 '베이(이양천새)'의 세상도 그랬다. 가정도, 집단도, 사회도 그들을 이리저리 차대며 더럽히기 바빴다. 흙탕물이 묻고 바람이 다 빠져 짓밟혀버린 축구공처럼. 각자의 지옥을 견디던 둘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태초에 하나였는데 반으로 나뉘었고, 그 반쪽을 찾아 헤매는 게 사랑의 기원이라는 설화가 있다. 알을 깨고 사람이 나왔다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소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첸메이와 베이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와 꼭 맞는 퍼즐을 발견해서 하나가 되어, 절대 떨어지지 않기로 다짐한 두 사람.

안타깝게도 세상은 약자에겐 늘 잔인해서, 둘의 앞엔 끊임없이 넘지 못할 산이 기다린다. 갈림길에서 나뉘어 반대편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 두 사람은 정상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며 서로의 세상을 견딘다. 믿는 것. 서로의 마음을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는 게 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나에겐 진심이었던 일들도 당신에겐 그저 지나친 과거의 하찮은 순간이 될까 봐 끊임없이 마음이 구부러지는데. <소년시절의 너> 같은 이야기를 보며 다시 한번 구겨진 마음을 펴는 것이 세상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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