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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극장옆골목 Apr 13. 2021

Pay to Win

요즘 지하철 광고판의 태반은 '모바일 게임'인 것 같다. 전혀 상관도 없는 연예인들이 뜬금없이 나와서 추천하는 게임 광고들. 그만큼 돈이 된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경쟁적으로 광고를 하는 거겠지.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게임보다도 게임 속 캐릭터들이 좋다.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한 수많은 캐릭터들. 소설은 캐릭터의 외형을 볼 수가 없고, 만화책은 캐릭터가 움직이질 않고, 영화는 캐릭터를 조종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은 캐릭터를 눈으로 보고 직접 움직이며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매력이다.


그렇게 모바일 게임에 푹 빠졌다. 저 광고판에는 내 지분도 있다. 나는 주로 캐릭터 수집 게임을 했다. 삼국지 게임, 무협 게임, 카드 대전 게임, 모에 게임, 그리고 이제는 서비스되지 않는 여러 게임들까지. 전부 다른 게임이었지만,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 속 캐릭터들은 등급이 있다. 그 등급이 높을수록 성능도 좋고 외형도 좋아 인기가 많은데,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확률로 '뽑기'를 해야 했다. 그게 돈이든 게임 내 재화든 간에, 결국 얻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긁어야 했다. 문제는 확률이라 큰돈을 쓰고도 뽑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좋은 캐릭터를 포기하고 그냥 게임을 하면 꼭 막히게 된다. 애초에 무료 캐릭터로는 유료 캐릭터를 이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주기적으로 새로운 캐릭터들이 출시되는데, 이것들이 말도 안 되게 강하다. 그래서 다들 신규 캐릭터를 뽑기 위해서 혈안이 되고, 게이머들은 이 캐릭터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게임 운영자들은 '밸런스'를 핑계로 신규 캐릭터의 능력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다. 그러면서 또 강력한 신규 캐릭터를 내놓는다. 결국 이기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Pay to win' 구조인 셈이다. 이 외에도 강력한 효과를 지닌 아이템, 소유욕을 자극하는 각종 코스튬에, 기간 한정 캐릭터들까지. 상술을 말하자면 끝도 없다. 이런 모바일 게임 - 소위 말하는 가챠 게임 -의 사행성 논란은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런 게임에 맛 들인 게이머와 돈 되는 게임을 양산하는 개발사 탓에 잘 만든 게임은 설자리를 잃었다.


나는 알면서도 '취미'와 '스트레스 해소'를 명목으로 계속해서 돈을 썼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허무함만 커졌다. 터치 한 번으로 몇 만 원씩 결제를 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지금껏 쓴 돈이 아깝다며 계속 게임을 했고, 그저 반복되는 과금의 굴레 속에서 나는 어떠한 재미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은 모바일 게임을 끊은지 몇 년은 됐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돈을 썼는지. 그 게임 속에서 나는 뭘 원했는지. 그 돈으로 테슬라 주식을 샀더라면. 비트코인이라도 쟁여놨다면 좋았을 텐데. 지하철 플랫폼을 걸으면 그때 생각이 나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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