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어간 브런치. 앱을 켜니 봄에 어울리는 노란색 가득한 공모전이 눈길을 끈다. 브런치가 온라인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협업해 전자책을 출판하는 프로젝트다. 스무 명이나 뽑다니! 브런치에서 1년마다 하는 출판 프로젝트도 열 명밖에 안 뽑는데. 내심 설레는 마음이 든다. '출간 기회'는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항상 혹하게 하니까.
사실 나는 2019년 말부터 브런치에서 영화 리뷰를 썼다. 그리고 적잖이 실망을 했다. 브런치는 영화 리뷰에 썩 어울리는 플랫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선호하는 글은 퇴직, 여행, 가족 등 특정 주제에 관한 에세이였다. 영화 리뷰는 자사의 검색 엔진 다음에서 영화를 검색해봐도 노출이 되기 어려웠고, 그나마 종종 노출이 되던 카카오톡의 '#영화'탭도 '#연예'탭과 합쳐져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브런치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과 서운함을 담아 짧은 소회를 남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조회 수가 참 많이 나왔다. 브런치 추천에 올라갔던 모양이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아쉽다는 댓글을 남겨주셨고, 그중엔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을 이어가는 분들도 생겼다. 더 아이러니한 게 있다면, 지금 에세이에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거다.
그래, 뭐 플랫폼이 중요한가. 어떤 플랫폼이든 글을 쓰는 게 중요하지. 그러면서도 노란색 화면이 눈에 밟힌다. 봄이라 그런가 보다. 떠난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왔는데. 앞으로 공모전은 이틀 남았다. 많은 작가들이 마지막 날에 응모하니,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란다. 나는 무안함에 얼굴이 발개져 쭈뼛쭈뼛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