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을 쭉 적어놓은 적이 있다. 나중에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적을 땐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영 상태가 이상하다. 유명 유튜버 되기, 파워블로거 되기,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 등등.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거라고? 전부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적어놓은 거잖아. 물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건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그렇담 돈을 떼어놓고 생각해 보자.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돈이 엄청 엄청 많다고 상상해봤다. 그랬더니 먼저 그걸로 빌딩을 산다거나, 비트코인을 모으겠다거나 따위의 돈 생각이 또 들었다. 다음엔 편의점에서 2+1 하는 걸 일부러 하나만 산다거나, 점심에 스시 먹으러 비행기 타고 일본에 간다거나 하는 FLEX. 이번엔 돈을 쓰는 생각이다. 사실 일본에 가본 적도 없다. 역시 돈도 써본 사람이 쓰는 거다.
이런 거 말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러니까 내가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이 있다고 하면, 정말 돈 걱정 안 해도 되면. 그러면 내 일상을 무엇으로 채울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럼 시간이 많으니까 영화를 보고 싶은 만큼 다 봐야지. 그러고 나서 글을 쓸 테다. 원체 머릿속이 복잡해서 글로 쏟아놓지 않고는 변비에 걸린 것처럼 답답한 성격이니까.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결론은 꽤 자연스러우면서도, 내 경험의 울타리 내에선 최선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틈틈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 물론 내 전제처럼 돈에 대한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편의점 2+1만 보면 마음이 혹하고, 창모처럼 버거킹 토핑을 전부 추가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보다 잘나가는 블로거들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스트레스. 지하철에 타면서 앱을 켜보니 조회 수가 또 떨어졌다. 스트레스. 내가 쓴 글이 뭔가 잘못된 것 같고, 잘 팔리는 글을 따라 써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해 쓰는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퇴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