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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극장옆골목 Apr 20. 2021

우쭐한 아침형 인간 되기

자기계발에도 유행이 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2000년도 초에는 '아침형 인간'이 화제였다. 다들 알다시피, 요지는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시간을 활용하자'는 것. 나도 혹해서 한동안 열심히 새벽 5시에 일어났더랬다. 하지만 어느 겨울 새벽. 따뜻한 이불에서 나와 찬 방바닥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그렇게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그만두었다.


나는 밤을 좋아한다. 밤이 되면 다크 모드를 켠 세상은 고요해지고, 나는 그 속에서 감성이란 게 폭발한다. 이대로 잠들어버리는 것이 아쉬워 잠드는 것을 자꾸 미루는 사이, 시간은 어느새 새벽 1시를 지나 2시가 넘어간다. 굳이 따지자면 저녁형 인간에 가깝다. 사실 아침형 인간이 새벽에 하는 일은 밤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일기를 쓰고, 목표와 계획을 점검하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명상까지. 주로 활동하는 시간대만 다른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보다 어느 정도 유리한 건 사실이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대부분의 활동 시간이 낮에 맞춰있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하루 종일 회사에서 카페인으로 연명하는 좀비처럼 지낸다. 하지만 퇴근하고 돌아오면 저녁형 인간으로 변신해서 새벽 2시가 넘어서 잠들었다가 다음 날 출근을 한다. 아무리 밤이 좋아도, 이런 패턴은 내 건강에 분명 안 좋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는, '아침형 인간이 조금 더 우쭐댈 뿐'이란 말이 있다. 처음엔 웃고 넘겼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썩 괜찮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하루를 보냈다는 그 우쭐한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새벽 5시에 일어난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3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아침 시간을 보내는 걸로 만족스러운 아침을 보내기엔 충분하니까. 이제 밤은 잠시 접어두고, 아침을 좀 더 좋아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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