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렵다. 글을 쓴다는 건. 텅 빈 화면을 마주하고 어색하게 글을 시작한다는 건. 유난히 반짝이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 의식은 점차 아득해진다.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은 마음속에 있는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고백의 순간처럼. 하릴없는 손은 방황도 하지 못한 채, 키보드 위에 얌전히 잠들어있다.
어렵사리 첫 줄을 쓰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는 써진다. 생각보다 글이 술술 나오는 날도 있다. 영감의 원천에 닿아있는 기분.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일러주는 이야기를 그저 손으로 받아 적는 기분. 하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은 정말 가끔일 뿐, 대부분은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는 것조차 어렵다. 글을 써야 되는데, 하는 마음의 소리만 가득하다.
아마 내 무의식 속에 '글쓰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박혀있는 듯하다. 그래서 책상 앞에 앉기도 어렵고, 앉아도 글을 시작하기 어려운 것일 테다. 그래서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하루에 글 하나를 쓰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습관이 몸에 익으면, 좋든 싫든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도록 나를 이끌어줄 테니까. 그럼 내 무의식도 조금씩 변할 것 같다.
신라시대 장군 김유신의 말은 주인이 자는 사이, 자주 가는 기녀의 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얼마나 영특한 녀석인가. 얼마나 많이 갔으면 자기 집이 아니라 기녀의 집으로 갔을까. 이 습관이 '김유신의 말'처럼 나를 데려다주면 좋겠다.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글을 쓰도록 이끌어주면 좋겠다. 그럼 나는 목을 베는 대신, 이 녀석을 잘 키워나갈 거다. 그럼 말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 주겠지. 더 먼 곳으로, 내가 바라던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