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누구나 글을 써서 공개할 수 있고, 글이 쌓이면 자비로 출판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 지금은 바야흐로 취미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출판 시장은 자꾸만 작아진다. 글을 잘 쓰려면 책부터 많이 읽어야 한다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고 나서, 써놓은 글을 다시 보니 부끄럽다. 분명 열심히 쓴 글이지만, 서랍 속에서 꺼낸 글을 막상 올리려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황급히 문장을 다듬어봐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과연 이 글을 누가 읽어줄까. 읽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이 글이 조금이나마 가치가 있다면, 이런 글을 모아서 언젠가 책을 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이렇게 계속 써도 괜찮은 건지. 분명 글쓰기에는 목표가 필요하다. 내 이름으로 책을 한 권 출판한다거나,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다거나, 작가로 정식 등단을 한다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원고료를 번다거나. 이런 즐거운 상상은 글을 쓰는데 꽤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부와 명예는 참으로 요원하다.
꼭 동기가 필요할까? 작가라면 그냥 쓰는 거다. 정식 작가가 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나는 이미 나만의 글을 쓰는 작가니까. 책을 내지 못했어도, 공모전에 매번 떨어지고, 구독자가 적더라도, 내가 작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일상을 관찰하며 글감을 찾고,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오늘 밤도 책상에 앉아 묵묵히 글을 쓴다면, 당신도 작가다. 이미,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