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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롱 Oct 01. 2020

전 미국을 뒤흔든 용기있는 156명의 고백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발음상 ‘래리 내서’가 더 가까우나 한국 기사에서 사용된 명으로 부르겠습니다.

전미 체조 협회 팀 닥터 ‘래리 나사르’의 성폭행과 이를 묵인하고 동조한 협회의 비리를 담은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를 봤다.


래리 나사르 개인의 추악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범죄를 다 알면서도 협회의 이미지와 오직 승리만을 위해서 묵인한 코치진과 협회에 진짜 치가 떨리는 다큐멘터리였다.

출처: 넷플릭스
줄거리


이야기는 리우 올림픽이 한창인 무렵 인디애나폴리스의 신문사 '인디스타'의 여성 기자가 우연히 '전미 체조 협회의 성 학대 사건 처리 방식'을 조사해보라는 정보원의 말을 듣고 시작된다. 조사 과정에서 이미 신고를 받고도 멀쩡하게 활동하는 코치들이 있고 그 뒤에는 '부모나 본인의 서명이 있지 않는 한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소문으로 취급한다'라는 협회의 기상천외한 규정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보도한다.


보도 이후 3명의 생존자에게 코치가 아닌 팀 닥터 '래리 나사르'에게 성 학대를 당했다는 제보를 받게 되고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의 행적을 추적한다. 한편 전미 체조 협회는 국가대표 '메기 니콜스'가 전지훈련지에서 당한 성 학대를 은폐하고 그녀를 철저히 고립시킨다.

출처: 넷플릭스 / 왼쪽 '메기 니콜스'와 가운데 '시몬 바일스' 모두 '래리 나사르'의 성 학대를 폭로했다.

(스포주의)

3명의 고발은 156명으로 이어졌고 7일간 재판장은 생존자들의 '다음 생존자는...'으로 가득찼다. 협회장 '스티브 페니'는 사퇴 후 증거 조작 체포되었으며 학대가 만연했던 '마르타 카롤리'의 전지훈련장의 폐쇄되었고, 래리 나사르는 17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생존자 '메기 니콜스'는 오클라호마대 소속으로 전보다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훈련을 받고 있으며 지난 2018, 2019년 대학리그에서 두 번의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제목에 담긴 의미


영어 제목은 ‘Athlete A’로 생존자 ‘메기 니콜스’의 사건을 기록한 보고서에서 착안한 것이다. 전미 체조 협회는 2015년 그녀의 신고를 묵인했을 뿐만 아니라 고의적으로 올림픽 선발 멤버에서 제외했다. 사건은 1년이 지나도록 당국에 보고되지 않았고 그동안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어른들의 침묵 속에 래리 나사르가 팀 닥터로 활동했던 29년 동안 수백 명의 어린 선수들이 피해를 당했다.


한글 제목은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인데 이것은 생존자 '카일 스티븐슨'의 발언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 내려 돌아온다"에서 발췌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문구가 크게 화제가 되었고, 한국 미투운동에도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이유로 이 제목을 선택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비난


전미 체조 협회와 래리 나사르의 성 학대가 폭로되자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생존자들에게 '너도 원했잖아', '가짜뉴스'라는 참을 수 없는 비난을 쏟아낸다. 왜 항상 성범죄 피해자에게만 이런 비난이 쏟아지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가해자의 사회적 위치가 높을 수록 심해지는데 이것은 성범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류의 폭행이 그렇지만 성폭행은 더욱 위계와 권력이 크게 작용하는 범죄다. 그가 신체적으로 강하고 약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로 하여금 신고를 고민하게 하는 그 자체가 이미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전미 체조 협회는 이미 몇십년간 수십건의 사건을 무시하면서 선수들에게 신고를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를 등에 업은 래리 나사르는 충분히 자신의 권위를 알고 있었고 철저하게 이용한 것이다.



승리의 스포츠는 멈춰야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엘리트 체육'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아이들에게 오직 성적을 잘 내야 한다는 압박감만 남긴다. 이를 바탕으로 코치와 감독은 더욱더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되고 그들의 말이 아이들에게는 곧 법처럼 되어버린다. 그 권위 아래에서 아이들은 침묵을 강요받는다.


관계자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중은 경쟁과 '승리'를 사랑한다. 언론은 선수들이 부상과 부당한 상황 속에서도 참고 견디며 승리한 이야기를 강조한다. 경기장의 관중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고통을 참고 팀을 우승시킨 어린 선수에게 환호한다. 협회장 '스티브 페니'는 광고를 통해 이런 이미지를 팔아먹고 선수들을 이용했다. 심지어는 이를 지키기 위해 성 학대 사건을 묻고 선수에게 비밀유지 각서까지 강요했던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 것은 우리다. 더 이상 '승리'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서 선수들에게 희생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아이들의 고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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