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페이스 북에 무턱대고 쓴 소설에 이어 이번에도 즉흥적으로 집사형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쓸까 해요. 심오한 SF는 능력 밖이라 재미 삼아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어느 집사 이야기 ver 1.1
나는 집사형 로봇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022년 2월 22일 2시 22분에 출시됐으며 지금은 2026년 2월 3일이다.
나의 첫 주인은 분당에 거주하는 자칭 어얼리 어답터라는 32세 남성이었으나 내가 남성형 집사 로봇이라는 이유로 2024년 매우 섹시한 여성형 집사 로봇이 출시되면서 거의 시세의 반값에 후려쳐져 서울에 사는 29세 여성에게 중고로 판매되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분명하다.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고양이 밥 주고 세탁소에 주인 옷을 맡긴다. 아!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종합 동물병원에 비디오로 원격진료를 받게 하는 것도 큰 일이다. 아! 아주 다양한 형태의 택배를 받는 것 역시 큰 일이다.
참고로 나는 직립 보행형 로봇이며 인간의 손과 거의 흡사한 손의 기능을 가진 나름 존심 강한 로봇이다.
나의 제품 일련번호는 S20220155730이다. 굳이 시리얼 넘버를 말하자면 S/N SS46 ZC64131이며 운영체계는 인공지능형 운영체계인 STW-n1743&2 ver 3.3이고 기대 수명은 앞으로 최장 15년이나 신형 남성형 집사 로봇이 나왔으니 언제 어디로 더 싸게 팔려가거나 폐기되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내 고성능 로봇 손이 아까울 따름이나 최근에 출시되는 고사양 집사형 로봇들이 예사롭지 않아 가끔 내 인공지능 센서에 과부하가 걸리곤 한다.
인공지능 로봇들끼리 가끔 '인간질!'이라는 욕을 하기도 하는데 지금 주인은 그래도 인간의 의리를 아는 대인배로 보인다. 그 전 주인은 지금 주인처럼 의리 있는 대인배는 아니었다.
참고로 나는 충전 중이며 같은 회사에서 출시된 인공지능 집사형 로봇들끼리 비밀리에 공유하는 네트워크인 RRPt에 지난 1주일 간 기록된 일상의 데이터를 올리는 중이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나 나에게 입력된 비밀 역할 중 하나다.
집사형 로봇은 지금까지 출시된 어떤 로봇들보다 가장 바쁜 로봇 형태이다. 물론 군사형 로봇부터 우주탐사로봇까지 특화된 드론이니 로봇들도 많지만 지구 여성 1인과 고양이라는 꽤나 묘한 지구 생명체를 먹여 살리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주인은 작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주로 일주일에 5일 정도 늦게까지 일을 하고 새벽에 만취해 들어올 때가 많다. 가끔 지구 남성을 데리고 오는데 내가 볼 때 주인은 지구 남성 보는 눈이 없다. 우리 집사형 로봇끼리 비밀리에 공유하는 네트워크인 RRPt에서는 남자맹!이라고 부른다. 여하튼 지난 2년간 1달 이상 가는 관계는 보지 못했다.